CF업계‘페이크광고’유행…스카이·박카스등브랜드이미지만부각시켜호응
“이야기는 살리고, 제품은 숨기고∼”
최근 광고업계에 ‘감추기’가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제품의 특징이나 이름을 강조하던 전통적 광고와 달리 제품과 브랜드의 노출을 최소화 하거나 아예 숨긴다.
‘페이크(fake) 광고’로 불리는 이 기법은 브랜드 전체가 지닌 독특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 특징.
휴대전화 브랜드 스카이, 동아제약 박카스를 비롯해 주택 건설 광고인 KCC 건설의 스위첸 등이 최근 페이크 기법으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스카이의 ‘유쾌한 발상’ 광고 캠페인은 페이크 기법의 대표적인 예. 휴대전화 광고지만 휴대전화의 모습을 광고 내내 보기가 어렵다.
이 광고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제품’을 소개하며 소비자들에게 ‘아 저런 제품이 실제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공감을 유도한 뒤, 제품은 광고 끝에 상상제품의 ‘자매품’으로 잠깐 등장한다.
현재 방영 중인 시리즈 3탄, ‘오므려 집게’편은 공공장소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다른 이에게 불편을 주는 일명 ‘쩍벌남’을 소재로 했다. 앞서 방영됐던 ‘퇴근압박시계’편과 ‘보디마스크’편 역시 상사의 눈치와 밀려드는 업무에 정시퇴근을 하지 못하는 야근족들과 몸짱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남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스카이의 ‘유쾌한 발상’ 광고캠페인을 기획한 이노션의 김경호 부장은 “휴대전화의 기능적 특성은 이미 상향 평준화돼 제품 노출에 치중하기보다 일상 속 욕구를 풀어내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카스 광고 역시 제품을 직접 강조하지 않고 ‘당신의 피로회복제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광고 시리즈를 방영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피로를 푸는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끈다. 최근 시리즈 ‘격파’편은 왜소한 체격의 직장인이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뜻밖에도 기왓장을 깨는 것이라는 파격의 재미를 주고 있다. 또 ‘할머니’편 에서는 ‘할머니의 피로회복제는?’이라는 카피 뒤에 재롱을 부리는 손녀딸이 등장,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KCC건설의 스위첸 광고는 이례적으로 건설업계 광고에서 페이크 광고 형식을 사용한 사례. 기존에는 웅장한 건물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주로 톱스타를 기용해 광고효과를 노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KCC건설은 페이크 광고를 통해 제품 속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이노션의 김경호 부장은 “페이크 광고는 무조건 제품을 강조하기보다 소비자의 통찰력을 찾아 접근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광고 메시지를 유연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