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끝났다.
계가를 해 보니 흑의 1집반승. 목진석이 웃었다. 막판까지 유리하다고 봤는데 어느 틈에 역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반상의 돌이 옆으로 쓸려지고 복기가 시작됐다. 백이 좋은 바둑이었다는 사실에 두 사람 모두 동의했다.
“<실전> 백1로 나가서 3으로 끊은 게 안 좋았지?”
목진석의 말에 이정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해설1>의 백1을 놓아 보인다.
“백1을 늘어 흑2를 두게 해 놓고 3으로 갔으면? 이게 아니더라도 백1을 먼저 두고 <실전>처럼 나가 끊었으면 백이 한 집 정도는 이득을 봤겠지. 그런데 괜히 <실전> 3으로 먼저 끊어 놓는 바람에 손해를 봤어.”
백이 좋다고는 해도 많이 좋은 것이 아니다. 미세하게 좋다.
이런 식의 실수는 추격자와의 거리를 좁힌다.
<실전> 백7은 목진석이 이겼다고 보고 쉽게 둔 수이다.
<해설2> 백1로 기어 나갔으면 승부 끝.
흑2로 붙여 오는 게 싫었던 것일까? 사실은 백3으로 젖혀 별 게 없는데. 역시 사단의 원흉은 그 놈의 초읽기 탓일 것이다.
<실전> 흑8을 두게 되어선 바둑은 역전이다.
백13으로 백이 또 한 집 손해를 보았다. 당연히 흑16 자리로 막아야 했다. 이 승부는 한 집반 차이였다. 막판 두 집의 실수만 안 했어도 흑이 반집 이기는 바둑이었단 얘기이다.
승부에 있어 ‘∼ 할 걸’은 패자의 유일한 위안이다.
다만 순간의 통증을 덜어주는 진통제일 뿐 진정한 치료약은 되지 못한다.
차라리 그냥 웃어넘기고, 다음 판을 기약하는 게 낫다.
목진석이 ‘걸걸걸’ 웃었다.
<217수, 흑 1집반승>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