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부지,제손이약손이지요”

입력 2008-07-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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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땐 그저 빨리 키워놓고 싶었습니다. 혼자서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면서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애들이 크고 나니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됐습니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자니 너무 아까워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마침 피부미용 자격증에 관련 된 기사를 보았습니다. 피부미용 기술을 배워서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실업자들을 교육시키는 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서 만만하게 보던 제 코가 납작하게 돼버렸습니다. 진도가 나갈수록 포기하는 사람도 늘어났고, 저도 여기서 그만 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마사지라는 게 해주는 사람의 기(氣)가 받는 사람에게 다 빠져나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시작한건데 싶어서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운 덕에 실습을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날과 다름없이 학원에서 열심히 피부미용 기술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저는 수업을 끝내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병원에서는 병명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검사를 해봤지만 역시나 병명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마냥 아프시다며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진통제만 받아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증 때문에 밤에 잠도 못 주무시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가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 미흡하지만 학원에서 배운 경락마사지를 아버지께 해드렸습니다. “아이고, 야야 참 시원하다. 쫌만 더 해봐라”하시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고맙던지… 이곳저곳 마사지를 해드리는데 자식들 키우시느라 당신 몸은 돌보지도 못하시고 만신창이가 되셨구나 싶었습니다. 죄스럽고 죄송해서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어머니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 혼자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생각하니 왜 진작 잘해드리지 못했나 싶어 지나간 시간만 탓했습니다. 제 눈물이 아버지 등에 떨어졌는지 아버지께선 움찔하시면서 “괜찮다. 나는 우리 딸이 이만큼 커서 떡 하니 자리 잡고 잘 사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그리고 너도 힘들 텐데 마사지 그만 해라. 이제 하나도 안 아프다. 우리 딸 손이 약손인갑다”하셨습니다. 저는 그 소리에 그만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비록 돈을 벌겠다고 시작했지만 뿌듯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시원하다고 하시면 아버지 전용 마사지사가 될 테니 아버지께서 부디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동구|권선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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