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엿보기]우리네이야기‘술술’…부부애는‘폴폴’

입력 2008-07-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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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10년차부부소재…고혜정작가‘평범한대사’중년관객공감
객석에서 난데없이 훌쩍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배우들이 대사를 툭툭 내뱉을 때마다 “남 얘기 같지 않다”며 관객들은 까르르 웃기도 하고, 어느덧 눈물을 닦으며 무대에 몰입한다. 결혼 10년 차 부부를 소재로 한 대학로 연극 ‘여보, 고마워’는 중년 관객들이 유난히 많이 찾는다. 고혜정 작가가 자신의 원작인 ‘여보, 고마워’ 에세이집을 각색해 대본을 썼다. 대학 교수 부인과 살림하는 고시생 남편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친정엄마’, ‘줌데렐라’ 등 전작이 모두 연극, 뮤지컬로 만들어져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쓴 작품은 모두 ‘공감’이 원칙이다. ‘친정엄마’는 엄마와 딸이 연극을 보러 와서 눈물을 쏙 빼고 돌아간 작품이다. 작가는 “현란한 수식어로 감동을 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엄마 땜에 못 살아?”, “나는 너 때문에 살아.”, “우리 엄마여서 고마워.” 이런 평범한 말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고혜정 작가는 ‘봉숭아 학당’, ‘금촌댁네 사람들’, ‘코미디 세상만사’등을 집필한 KBS 방송작가 출신으로 타인과 가깝게 소통하는 글을 쓴다. 대본을 건네줄 때 배우들에게 “내 작품으로 예술하지마세요”라고 말한다. 관객들이 즐겁게 공감하고,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대본을 쓰고 있다. ‘여보, 고마워’를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있을 때 그 사람한테 잘 해야 해. 평범한 게 얼마나 좋은 건데…” 부부 이야기를 다룬 고혜정 작가의 조언이다. 극을 보면 더 애정이 솟는다고 한다. 작가는 개그우먼 김지선이 남편과 서먹하게 보러 왔다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손을 꼭 잡은 채 나갔다며 뿌듯해했다. ‘여보, 고마워’ 공연은 그가 쓴 책과는 엄밀히 다르다. 책은 작가의 수필이고, 공연은 가공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실제 얘기가 아닐까 관객들이 궁금해 한다. 작가의 실제 생활은 책을 보면 된다. 책은 100% 진솔한 수필집이다. ‘여보, 고마워’ 책에는 남편이 작가에게 쓴 여러 편지가 각 단락마다 덧붙여져 있다. 실제로 남편이 작가에게 선물한 글이다. 결혼한 지 13년이 된 고혜정 작가는 “남편이 진짜 무뚝뚝한 사람인데, 한 가지 잘 하는 게 무슨 기념일마다 편지나 카드를 잘 쓴다”며 웃었다. ‘여보, 고마워’의 극 중 남편은 6년째 사법고시에서 낙방하지만 가정에는 한없이 자상한 남자다. 실화는 아니지만, 작가의 진심이 묻어난 대사들로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 ‘여보, 고마워’는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8월 31일까지 공연된다. 부부가 함께 보기에 좋다. 조용필, 이치현과 벗님들, 시인과 촌장 등의 가요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콘서트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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