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구름이 눈을 착 내리깔고는 인연산 허리에 걸렸다. 막판 다지기 공사를 하는 소리가 포성처럼 멀리서 들린다. 7월의 마지막 어둠이 고양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기대했던 밤별을 대신해 지상에 하나 둘씩 불빛이 들어왔다.
잔디 위에 그릴을 놓고 숯불을 피웠다. 모빌홈 창밖으로 아들 녀석이 빠끔히 머리를 내밀더니 히히히 웃는다. 녀석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제 아비가 난생 처음 숯불이란 걸 피워보고 있다는 사실을. 고기가 익는다. 테이블 위에 테이블보를 깔고 소박한 밥상을 차리고는 마트에서 사 온 와인 한 병을 딴다. 붉은 루비빛 와인 잔 너머로 아내가 행복하게 웃는다. 그래, 잘 왔다. 가평 자라섬의 품 안에서, 가족의 행복이 와인처럼 익어가고 있었다.》
‘세계 캠퍼들의 꿈’ 2008 FICC 가평 세계캠핑대회가 7월 25일부터 8월 4일까지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로 74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각국 오토캠퍼들이 참가해 자국의 문화를 나누고 우의를 다지는 국제적인 레저문화축제. 1933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매년 회원국을 순회하며 열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강원도 동해 시 이후 두 번째다.
올해엔 지구촌 33개국 7000여 오토캠퍼들이 자라섬과 인연산으로 모여든다. 이번 대회를 위해 주최측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캠핑장 조성에 들어갔다. 개·폐막식과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자라섬 53만 6930평방미터에는 220여 억원을 투입해 수상클럽하우스, 오토캠핑 191개 사이트, 모빌홈 40동, 캐라반 125 사이트, 텐트촌, 잔디광장, 농구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국제적 규모의 숙박과 편의시설을 갖췄다.
산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은(?) 연인산 일대에는 143여 억원을 들여 클럽하우스, 통나무집, 캐라반, 텐트촌, 캠프파이어장 등을 조성했다.
대회 기간 동안 캠퍼들은 숨 돌릴 틈 없는 이벤트와 프로그램 속에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판이다. 판소리, 태권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과 참가국의 민속음악·춤을 알리는 참여형 이벤트를 비롯해 ‘텐트 빨리치기’ ‘모형 캠핑카 전시’ ‘유소년 풋살대회’ 등 특별행사가 이어진다. 한국의 자연과 문화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투어서비스도 제공된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조직위원회 홈페이지(worldcamping.org)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캠핑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 성인의 경우 11일 전 일정 참가비가 11만원, 5일 참가비는 6만원이다. 어린이는 무료.
한국캠핑캐라바닝연맹의 회원이 될 경우 국제회원증을 발급받아 국내외 캠핑장 이용 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참가자는 현지에서 캠핑카, 통나무집, 모빌홈을 대여하거나 직접 텐트를 가지고 가면 된다. 모빌홈은 4인 기준 1박에 7만원, 캐라반은 6만원에 빌릴 수 있다. 캐라반·오토캠핑 피치를 5000∼8000원에 이용할 수 있으며 텐트피치는 공짜다.
본래 자라섬은 무분별한 모래 채취와 생태계 파괴로 버려진 땅이었다가 2004년 이후 국제재즈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면서 ‘보물섬’으로 신분이 급상승한 섬이다. 남이섬과 가깝지만 말이 섬이지 자동차로 들락날락 할 수 있다.
가평군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라섬을 자연친화적인 레저관광단지, 캠핑문화 확산의 중심지로 개발할 꿈에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에 인접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자라섬과 함께 대회장으로 꾸며진 인연산 역시 국내 유일의 산악형 캠핑캐라바닝 휴양리조트로 몸값을 높일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자라섬과 연인산, 호명호수공원, 칼봉산 자연휴양림 등을 연계한 관광벨트를 구축해 가평을 수도권 제일의 휴양도시로 육성할 마스터플랜을 그려놓고 있다. 장경우 조직위원장은 “주 5일제 근무 정착, 자동차 1500만대 시대 등 화려한 외형적 조건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자동차 캠핑 여행문화의 불모지”라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친환경 레저문화인 캠핑캐라바닝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높여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TIP - ‘달리는 별장 캠프’ 색다른 추억○ 캠핑캐라바닝은?
캠핑캐라바닝은 조리시설과 화장실, 침실 등을 자동차와 합쳐, 하우스와 이동수단 개념을 동시에 갖춘 이동 주택식 차량을 이용한 야영생활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침대와 조리시설을 갖춘 차량을 타고 여행하는 관광이다. 캐라바닝은 캠핑을 할 수 있도록 일정규모의 사이트를 갖춰 놓은 자동차 캠핑장에서 할 수 있다. 캠핑장에는 세탁실, 화장실, 매점과 같은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 캐라반의 종류
캐라바닝을 위한 전문 차량으로는 자체 동력을 가진 ‘모터 캐라반’과 일반 승용차로 견인해 이동하는 무동력 ‘트레일러 캐라반’이 있다.
모터 캐라반은 운전석 뒤에 침실, 조리대, 화장실 등 기본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딸려 있다. 장기간 어디서든 자유롭게 캠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일반차량 또는 4WD로 견인돼 이동하는 트레일러 캐라반은 모터 캐라반에 비해 내부공간이 더 넓고 자유롭다. 한 마디로 이동하는 개인 별장이다.
가평=양형모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