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홍성지“승부는결국5-5아닌가요?”

입력 2008-08-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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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 홍성지(21)가 제4기 한국물가정보배를 우승하자 바둑계는 ‘와아!’하고 놀랐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결승 상대가 ‘천하의’ 이세돌 9단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세돌은 지금까지 결승전, 그 중에서도 단판 승부가 아닌 번기에서는 이창호가 아닌 사람에게 거의 져본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지난해 기성전에서 박영훈에게 딱 한 번 졌지요. 홍성지가 결승 첫 판을 이겼을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래봐야 결국 엔딩은 이세돌의 역전우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동안 이세돌의 ‘행태’를 보면 첫 판을 슬쩍 한 번 내주면서 상대방의 ‘간’을 보고, 이후 죽죽 밀어붙여 우승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엔 ‘간 보려다 국그릇을 엎어버린 꼴’이 되어 버린 거지요.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기전 우승을 차지한 홍성지를 결승전 관전기 해설을 듣기 위해 서울대 인근 한 지인의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 결승1국을 이겼을 때, 우승을 예감했었나? “아뇨. 전 누구랑 둬도 5-5 승부라고 생각해요. 단판이든, 3번기든, 5번기든 그냥 매판이 5-5 승부죠.” 홍성지에 대한 재미있는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7수·8수생이 수두룩한 입단대회에서 처음 본선에 올라 그 길로 곧바로 프로입단에 성공한 것.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해 곧바로 우승해 버린 것.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뭔가 기회가 오면 꽉 잡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 홍성지는 김원 7단의 문하에서 자랐습니다. 김원 도장은 주로 여자기사들의 기가 드세기로 유명하지요. 조혜연, 김효정, 한해원, 이민진, 이다혜 등이 줄줄이 김원 도장 출신입니다. 홍성지는 김원 7단의 남자 제자 중 최초의 타이틀홀더입니다. 심할 정도로 잘 나가가는 여자 기사들에 비해 남자들은 꽤 주눅이 들어왔습니다. 김원 도장의 터 자체가 ‘음기’가 센 곳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주변으로부터 축하인사 많이 받고 사냐고 물었더니 “밥값 대느라 뼈만 남게 생겼다”고 엄살입니다. 얼마나 나갔느냐고 하니 “25만원 정도? 그런데 앞으로 나갈 일이 훨씬 더 많이 남았어요”라고한다. 상금 2500만원은 부모님 모두 가져다 드렸고, 한달 용돈 50만원 중 태반이 밥값으로 나가고 있다며 울상입니다. 홍성지는 최근 국제대회인 도요타덴소배 세계바둑왕좌전 본선 진출권도 따냈습니다. ‘체질’로만 본다면, 결승에 올라갈 수만 있다면 우승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결국 승부는 ‘5-5’의 세계니까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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