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아의푸드온스크린]‘막말’도용서하게한밥심!

입력 2008-08-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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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문희준화해시킨“밥한번먹자”위력
‘김구라와 문희준이 화해했다.’ 대단한 사건이나 화제는 아니었지만 각종 포털 사이트에 점멸하는 글씨체로 올라온 이 문장은 저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는 힘을 가졌다. 예전에 ‘두 사람의 안티들끼리 연대하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던 그들이 사이가 나빴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사이가 나쁘다기 보다 김구라는 막말했고 문희준은 화가 난 상태였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그들은 반목했다. 김구라가 뱉어내듯 막말을 해대던 그 시절 문희준은 씹기 좋은 저작감을 가진 대상이였고 문희준은 그 말을 고스란히 되옮기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런 그들이 화해한 것이다. SBS ‘절친 노트’는 무릎팍 도사의 중재보다 훨씩 직접적으로 김구라의 이마에서 진땀이 흐르게 했다. 과거의 막말때문에 팔만대장경 길이만큼 ‘사과 및 용서 구하기 연대기’를 써야할 듯한 현재 김구라의 모습은 재미보다 진심으로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진심을 수용한 문희준에게서는 어른다운 진솔함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더욱 그렇게 보인 것은 ‘밥’ 때문이었다. 밥을 같이 먹어야 하는 미션이 없었다면, 아니 밥을 함께 먹는 게 아니라 꽃을 가져다 주거나 가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면 화해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김구라가 테이크아웃된 아이스 프라푸치노를 들고 갔었다면 또 그 그림은 달라졌을 것이다. 어떤 갈등이든 그 해결의 끝에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자”는 그 말이 빛을 발한 프로그램이었다. 어른이 되면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이 단지 끼니를 함께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른들이 작정하고 식사를 할 때는 단지 허기의 충족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까? 차나 커피를 마신 것과는 아주 다르다. 학창 시절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까마득한 선배 하나를 두고 신입생들의 치기 어린 쟁탈전이 벌어졌을 때, 그 선배의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우리끼리 승자로 정하는 기준은 무수히 많은 ‘커피 같이 마신 애’와 구별되는 ‘밥을 같이 먹은 애’였다. 식사를 함께 했다는 것은 그 시간을 나누며 일상을 공유하고 그 일상에서 비춰지는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태도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언제 밥 한번 먹자’, ‘식사한번 같이 하셔야죠’는 유연한 끝인사처럼 맥 없는 것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단지 안녕하고 지나가는 인사보다는 마음이 놓인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그런 거니까. 문희준과 김구라를 화해하게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조 경 아 음식과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자칭‘호기심 대마왕’. 최근까지 잡지 ‘GQ’ ‘W’의 피처 디렉터로 활약하는 등, 12년째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전방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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