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밑뚫린시골화장실무서워요

입력 2008-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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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여름휴가를 맞아 저희 가족은 시골 언니네 집에 휴가를 갔습니다. 모처럼 만의 휴가라 가족 모두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아이들 간식이랑 먹을 것을 잔뜩 챙겨서 언니네 집으로 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짐부터 풀었고, 아이들 데리고 바로 냇가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이 수영하기 좋은 냇가는 깨끗해서, 물 속의 물고기들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 솜씨를 발휘해서 손으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와∼ 엄마 그걸 어떻게 잡아요? 어떻게 손으로 막 잡아요? 나도 잡을 수 있어요?”하고 신기해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사실 전 우리 아이들 보면서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시골에선 주변 전체가 놀 것들이고, 먹을 것들인데, 도시 아이들은 그런 걸 잘 몰랐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냇가에서 한참을 물놀이하며 놀더니 애들이 배가 고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옥수수랑 감자를 줬더니 허겁지겁 단숨에 먹어버리는 겁니다. 사실 그곳이 시골이 아니라 저희 집이었다면 분명히 안 먹겠다고 까다롭게 굴었을 텐데… 입이 짧은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뭐 좀 먹이려고 하면 고개부터 저었습니다. 확실히 바깥에서 먹는 음식은 꿀맛이라 그런지 군소리 없이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옥수수를 잔뜩 먹은 우리 큰아들, 갑자기 평소에 만지기도 싫어하던 곤충을 잡으러 가겠다며 자기 동생을 데리고 논밭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논에 논우렁이 다니는 거 보고 신기해서 “엄마∼ 골뱅이는 원래 논에 사는 거야?” 하며 좋아했습니다. 집에 돌아갈 쯤엔 새카맣게 타서 집에 가기 싫다며 투정까지 부렸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정신없이 냇가에서 놀고 그 다음날이 됐는데, 우리 작은 애가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끙끙 앓았습니다. 얼굴까지 하얗게 변해서 배가 아프다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전 혹시 뭔가 큰 병이 생겼나 하고 애하고 얘기를 해봤더니, 글쎄 이 작은 애가 이틀 동안 화장실을 안 갔습니다. “너 이모네 집 와서 화장실 간 적 없어? 화장실 가서 응가 안 했어?” 했더니 “이모네 화장실은 너무 더러워. 밑에 구멍 뚫린 걸로 아래가 다 보여∼” 이러면서 도저히 그 화장실은 못 쓰겠다고 떼를 쓰며 우는 겁니다. 세상에나! 이틀 동안 먹기만 잔뜩 먹고, 배출은 안 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신문지를 마당에 펼쳐놓고 그 위에서 볼일을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신문지 위에서 힘을 줘야하는 그 상황이 불편했는지 또 볼일을 못 보는 겁니다. 집에 화장실이라고는 밖에 있는 그 화장실뿐인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갑자기 형부가 배 아프다는 작은 애를 차에 태우더니 어디론가 가버리셨습니다. 그리고 40분이 지나서 집에 돌아왔는데, 작은 애 표정이 아주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형부한테 얘길 들어보니, 애 데리고 시내 문 열린 건물 찾느라 한참을 돌아다녔다고 했습니다. 저희들 클 때는 그냥 아무데서나 볼일도 잘 보고, 먹는 거, 자는 거 별로 가리지 않고 컸는데, 요즘 아이들은 다릅니다. 먹는 거, 자는 거, 심지어 볼일 보는 것도 비데가 없으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이 까다로워진 것 같습니다. 그 난리를 피우고 수박을 먹는데, 작은 애가 신나서 수박 제일 큰 덩이를 집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또 웃음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고 이제 돌아왔습니다. 멀리 다녀온 휴가는 아니었지만, 가까운 시골마을에서 휴가를 보내고 오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대구 동구|권정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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