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세살배기아들,커서뭐될래?

입력 2008-08-23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요즘 놀이터에 나가보면 아파트 엄마들이 애들 교육 얘기하느라 입에 침이 마릅니다. 301호 사는 지우는 생후 16개월인데 벌써 문화센터를 두 군데나 다닙니다. 옆동에 사는 예림이는 우리 아들하고 동갑인데, 벌써 영어 걱정하며 미국 이모네 집에 갔다 올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31개월 된 우리 아들에게 학습지 하나 안 시키고, 문화센터 한 군데 안 보내는 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서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버리게 됩니다. 사실 남편하고 아이 교육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면, 남편과 저는 늘 같은 생각입니다.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공부보다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뛰놀게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보름 전에, 재훈이랑 재훈이 엄마를 보고 마음이 크게 흔들리게 됐습니다. 재훈이가 우리 아들보다 한 달 정도 더 늦게 태어난 아이인데, 벌써 웬만한 한글은 다 읽을 줄 아는 겁니다. 제 아들은 이제 막 말문이 트였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한글을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었더니, 8개월 전부터 방문 선생님이 오셔서 학습지를 같이 했다고, 요즘 엄마들은 저희 아들 개월 수에 영어까지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밤새 생각해봤는데, 제가 아들 교육에 진짜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이러다 우리 아들만 바보 되는 건 아닌지, 학교 가서 왕따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저는 재훈이네 집에 전화를 해서 “재훈이 엄마∼, 나중에 방문 선생님 오실 때 나랑 우리 아들이랑 구경가도 돼?” 하고 물었더니 언제든지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 아들을 데리고 학습지 할 시간에 맞춰 재훈이네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선생님껜 도통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재훈이의 트럭 장난감에만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15분 남짓한 수업시간이 끝났고, 저는 그 선생님께 상담을 좀 받았습니다. 그 선생님 말씀이, 교재로 쓰일 책값이 100만원이고, 월 회비는 별도로 또 받는다고 했습니다. 거기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인데, 딱 15분만 한다고 했습니다. 순간 제 머리 속 계산기를 탁탁탁 두드려봤는데, 아무리 계산해 봐도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컸습니다. 제가 잠시 망설이자 눈치 빠른 선생님은 “아이가 너무 산만해요. 창의력도 없고요. 이럴 때 제대로 잡아줘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학교 가서 고생해요. 그리고 어머님이 너무 느긋하시네요. 요즘 어머님 같지 않으세요” 하며 약을 살살 올렸습니다. 처음엔 욱해서 그냥 가입할까 했는데, 수십번은 더 인내하며 “제가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애 아빠하고 상의도 해야 하고요” 하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정도 수업은 저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서점 가서 그림책, 동요 테이프, 교육용 테이프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들 앞에 그림책을 펼쳐놓고 “이건 ‘코끼리’ 할 때 ‘코’자 예요”하고 아이에게 가르쳐 줬는데, 우리 아들이 ‘우리 엄마가 왜 저러나∼’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들∼, 어디 봐요∼? 여기 책 보세요. 이건 ‘코끼리’ 할 때 ‘코’자예요∼. 자∼, 따라해 보자∼. 코!” 했는데, 이번엔 아들이 책을 아예 덮어버리고 다른 데로 가버렸습니다. 아직 글자엔 관심이 없나 하고, 이번엔 동요 테이프를 틀어놓고 즉석에서 만든 율동까지 보여주며 따라하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카세트 볼륨만 올렸다 내렸다 할 뿐 따라하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아들∼, 볼륨 그렇게 올렸다 내렸다 하면 시끄럽지∼. 자 그거 만지지 말고 엄마 봐∼!” 했는데, 그래도 볼륨을 올렸다 내렸다 하기에 저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애 엉덩이를 때려 울리고 말았습니다. 그 날 이후 우리 아들은 책만 봐도 “싫어, 싫어! 나 공부 안해∼!” 이러면서 도망가 버립니다. 그런 아이를 끌어다 책상에 앉혀놓으면, 아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싫다고 그럽니다. 그걸 보면 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남편은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하는 거라고 그냥 놔두라고 하는데, 저는 뭐가 더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만 세 살도 안 된 아들 녀석인데, 벌써부터 공부 때문에 걱정입니다. 인천 서구 | 안정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