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여보‘한예슬눈’하니나이뻐?

입력 2008-08-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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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은 십 년을 한결같이, 처음 마음 변치 않고 저만 예뻐해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몸매가 쭉쭉빵빵인 것도 아니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물려받을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닌데, 언제나 저를 보면,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내 마누라 같은 여자가 없다. 우리 마누라가 제일 예쁘다” 이랬습니다. 그런데 10년 동안, 어째 좀 길게 간다 싶었던 그 콩깍지가 지금 벗겨질 게 뭐랍니까? 언제는 맷돌처럼 서로 부대끼며 살자고 해놓고, 이제는 살짝 살만 닿아도, “아휴∼ 그 뜨거운 보일러를 어디다 들이밀어!” 하며 호통을 칩니다. 언제는 내 발뒤꿈치만 봐도 예쁘다던 사람이 이제는 뒷집 누렁이 보듯 저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밥상에 앉아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겁니다. 그 시선을 마주보자 제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지그시 저를 보더니 “차∼∼∼암 눈 작다!! 보이긴 보이냐?” 이러는 겁니다. 아니 이 작은 눈 1∼2년 봐왔나? 물론 남편의 이상형이 눈 큰 여자라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탤런트 ‘한예슬’ 씨만 보면 넋 놓고 바라보는 거!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저한테 이러는 건 정말 아닙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자꾸만 ‘눈 작다는’ 말 때문에 약이 오르는 겁니다. 주변에 알아봤더니, 아이라인 문신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또렷한 눈매로 만들어준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 한번 해 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뉴스에서 ‘여름철 문신 부작용’에 대해서 집중보도 하는 게 나오는 겁니다. 제가 또 겁은 엄청 많습니다.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했더니, 속눈썹 연장술이라는 게 있다고 했습니다. 제 눈썹에 인공속눈썹을 붙여서 낙타 눈썹만큼이나 길게 만드는 건데, 한번 붙이면 오래오래 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이라 선뜻 마음에 내키지 않고, 가장 흔한 방법으로 쌍꺼풀 수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제 눈은 그냥 쌍꺼풀만 하면 안 되고, 앞트임, 뒤트임 해서 눈을 가로로 길게 찢어줘야 예쁘다고 합니다. 거기다 광대뼈가 너무 튀어나와서 그것도 교정해야 된다고 그랬습니다. 현대 과학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다니, 정말 기분이 우울했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서클 렌즈’에 대해 얘기해줬습니다. 요즘 젊은 아이들이 많이 끼는 건데, 렌즈 자체가 검은 색이라서 끼고 있으면, 눈이 커 보이고 또렷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바로 안경점에 갔습니다. 안경점 주인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는데 제가 “서클렌즈 맞추려고요” 했더니 좀 이상하게 저를 보았습니다. 제가 다시 한번 “서클렌즈 맞추러 왔다고요” 했더니 이것저것 시력을 재보면서, 제게 맞는 렌즈를 골라주었습니다. 그 렌즈를 껴봤는데, 정말 눈이 커 보이고 또렷해 보였습니다. 물론 처음엔 작은 눈에 렌즈를 끼워 넣느라 고생은 했지만, 다 끼우고 나니 한결 예뻐 보였습니다. 서클 렌즈를 끼고 드디어 남편이 왔을 때, 저는 눈을 깜박깜박 하며, “여보∼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대뜸 저한테 “눈이 왜 그래?” 하는 겁니다. 평소 머리 모양을 바꿔도 못 알아보던 남자가 이게 웬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한다는 말이 “뭘 해서 눈이 그렇게 빨개? 빨리 거울 봐”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서클 렌즈를 처음부터 너무 오래 끼고 있어서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된 겁니다. 나중에 안경점 주인한테 물어봤더니, 서클 렌즈는 3시간 이상 끼고 있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제 얘기를 다 듣고 난 우리 남편! 그래도 제 눈에 안약 넣어주면서 그랬습니다. “내가 너 때문에 웃고 산다.” 경기 의정부|주경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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