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이보다더못난이일수는없다

입력 2008-10-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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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집착 증세를 보이고, 그의 딸을 꼬드겨 외설스러운 묘략을 꾸며낸다. 옆 사람이 자신보다 똑똑하거나 예쁘면 질투를 참지 못하는 성질에 목소리의 특징은 손톱으로 칠판 긁는 주파수다. 히스테리 종합선물세트라고 보면 된다. 옷차림도 가관이다. 벼룩시장에서도 창고 깊숙이 더듬어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코트를 1~2벌 번갈아 입고, 빗자루 같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공기 청소를 한다. 차라리 ‘광년’처럼 머리에 꽃이라도 달고 다니면 귀엽겠건만, 미친 것도 아니면서 저러고 다닌다. 영화는 이 인물을 ‘미스 홍당무’라고 부른다. 영영 ‘미시즈 홍당무’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이 사람, 배우 공효진이 지상 최대의 못난이를 연기했다. 안면홍조증에 걸린 홍당무 ‘양미숙’,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왕따’라고 여긴다. 공효진(28)이 양미숙 역할로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예쁜 여자 캐릭터들이 지천으로 널린 영화계에서 ‘못난이’란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는 중이다. 왠지 모르게 씁쓸한 칭찬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완벽한 ‘미인형’과는 거리가 있다며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확실하다. “생김새만으로도 예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은데 나는 예쁜 역할을 맡으면 굳이 미인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예쁜 역을 하고픈 욕망도 꿈틀거리지만, 새로운 배역에 도전하는 것으로 ‘백전백승(百戰百勝)’을 꿈꾼다. ‘양미숙’연기는 쉽고도 어려웠다. 러시아어 교사이지만 러시아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벨리댄스를 추는 신이 있지만 어차피 춤이 젬병인 캐릭터다. “영화를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는 그 여자를 이해하는 것밖에 없었다.” 물론 몸도 마음도 못난이인 이 여자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여자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5회차 정도까지 긴장돼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원래 그런 일이 별로 없는데…”라는 회상이다. “이런 여자가 선생님이란 건 말이 안 돼요”라며 감독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얘가 기존에 있던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할 것도 없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캐릭터를 만들었다”며 이 캐릭터에 젖어들었다. 교사라는 직업도 수용했다. 어느덧 “이런 사람이 어디 숨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현실감을 부여한 것”이라는 감독의 의도에 맞장구를 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양미숙을 좀 구제해 주고 싶다. 이래 뵈도 공효진은 패션모델 출신이다. “코트를 좀 벗겨서 갈기갈기 찢고 밝은 색 옷을 입히고 싶어요. 머리도 묶어주고 싶고, 화장도 좀 하고. 얘는 자기가 왜 이렇게 인기가 없는지 몰라요. 안면홍조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포인트는 아니거든요. 구시대적인 센스 꽝이기 때문에 인기가 없는 거지…. 외모란 건 타고난 얼굴과 몸매뿐 아니라 자기를 어필할 수 있는 패션 센스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고 봐요.” 이 영화에서 공효진은 트레이드마크인 촌스러운 외투를 결코 벗지 않지만, ‘미쓰 홍당무’는 19세 이상 관람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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