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역폭발사고기억하십니까,영화‘이리’

입력 2008-11-04 09:5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0년 전 ‘이리역 폭발 사건’이 영화로 재현됐다. 13일 개봉하는 ‘이리’(제작 자이로픽쳐스·스폰지)는 1977년 전북 이리 기차역 폭발을 다루고 있다. 40t 분량의 다이너마이트를 실은 화차가 폭발한 사건이다. 사고 이후 이리는 익산으로 지명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리역 폭발사고는 서서히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재중동포 장률(46)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윤진서(25)와 엄태웅(34)이 출연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장 감독은 옌벤대 중문학 교수로 재직하다 우연히 단편영화 ‘11세’를 연출했다. 이후 ‘경계’로 2007년 제57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고, ‘망종’으로 프랑스 브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3일 서울 명동 스폰지하우스 중앙에서 열린 ‘이리’ 시사회에서 장 감독은 “제작사에서 먼저 이리 폭발사건을 다루는 영화를 제작하자고 제의해왔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다. 이리라는 도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사고가 나지만 사람들이 금방 잊어버리는 것을 보고 사고 후 힘겨워 하는 당사자들의 아픔을 같이 겪고 위로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극중 남매인 윤진서와 엄태웅은 실제 이름 그대로 ‘진서’와 ‘태웅’으로 출연한다. 장 감독은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고민하다가 배우 실제 이름을 쓰는 게 어떠냐고 내가 건의했다. 내가 원래 이름 짓는 것을 잘 못한다.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면 배우가 아닌 실제 자신과 한 사람이 되니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진서는 사고 당시 엄마의 뱃속에 있었다. 폭발사고의 미진으로 정신적 문제를 지닌 미숙아로 태어난다. 폭발사고로 부모를 잃고 오빠 태웅과 힘겹게 살아간다. 전작 ‘올드보이’나 ‘바람피기 좋은 날’ 등에서의 도회적인 모습과 정반대의 이미지다. 윤진서는 “특별히 이미지 변신을 하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 감독이 먼저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독이 너무 좋아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무엇보다 나를 배우로 대한다기보다 사람으로 대한다. 덕분에 배우라는 생각을 하고 연기한다기보다 실제로 이리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달 말에는 ‘이리’가 제3회 로마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로마에도 다녀왔다. “사람들이 왜 우리 영화를 선택했는지 직접 현지에서 들으니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당시 비가 많이 와서 레드카펫 없이 입장만 한 점은 아쉽다. 레드카펫을 못 밟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이리’가 성숙한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한다. “좋은 영화의 기준은 잘 모르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줬다면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이 영화로 내 자신이 먼저 성숙해진 느낌이라 좋은 영화가 아닌가 한다. 많은 관심 가져달라.” 【서울=뉴시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