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여보∼아침밥먹고힘내요

입력 2008-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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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남 3녀 중 막내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희 친정아버지 철칙이 “아파도 학교는 꼭 가야하고, 늦어도 아침식사는 꼭 해야 한다”였습니다. 그래서 전 학교 다니는 내내, 아침밥을 먹고 다니고 또 매년 개근상을 탔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도 아침밥을 거르거나 결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아침을 먹고 다니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저한테, “자기도 회사 다니느라 힘든데 아침 차리느라 고생하지 마. 난 아침 안 먹어도 상관없어”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 전부터 아침식사를 꼭꼭 했던 터라 “자기야 아침식사는 꼭꼭 해줘야해. 그래야 변비도 안 생기고, 회사 가서도 든든하게 일하지. 이건 꼭 먹어야 되는 거야”하고 아침밥을 차려주었습니다. 출근준비로 분주하긴 하지만, 매일 한 끼라도 서로 마주보며 밥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참 좋았습니다. 어떤 회사 후배는 제 남편에게 “선배님∼ 아침 차려주는 형수님 계셔서 좋겠습니다∼” 하고 얘길 했다는데, 그 말에 제 기분이 다 우쭐해졌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아침밥을 고집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예전에 남편하고 한창 결혼준비 할 때, 어떤 레스토랑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멋쟁이 부부가 되기 위한 십계명’이란 글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결혼의 단꿈에 흠뻑 젖어있던 터라 하나씩 하나씩 꼼꼼하게 읽어봤습니다. 스무 개의 항목 모두 좋은 글들이었지만, 그 중에 유독 제 눈에 들어오는 한 줄이 있었습니다. ‘매일 한 끼는 부부가 함께 식사하라.’ 전 그 글을 읽고 ‘그래 맞아.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점심, 저녁 다 밖에서 먹는 횟수가 많은데, 아침식사는 꼭 함께 해야지’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작은 올케언니가 한 말도 생각났습니다. 작은 올케는 아침에 고기도 먹고, 과일도 먹고 푸짐하게 아침을 먹는다고 했는데, 제가 “언니 아침에 그렇게 먹는 게 정말 가능해요?” 했더니, “아가씨도 시집가서 살아봐. 남편은 회사에서 거의 회식이다 뭐다 하면서 먹고 들어오지, 애들은 학교 끝나면 이른 저녁 먹고 학원가기 바쁘지. 학원 끝나면 또 자정이나 넘어서 들어오는데 언제 온 가족이 모여서 식탁에 앉아보겠어. 결국엔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침밖에 없어. 그래서 아침에 밥 먹고,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고 가게 했더니, 처음에 귀찮아하던 우리 애들도 지금은 다 좋아해. 아침 시간에 여유가 있어 좋대”라고 했었습니다. 그런 기억들 때문에 저는 결혼하고도 매일 고집스럽게 아침을 챙겼습니다. 지금은 임신 6개월에 접어들면서 일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어서 아침 차리는 게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사실 직장 처음 그만두던 날, 제가 어김없이 쌀을 씻어 아침밥을 챙기자 남편이 그랬습니다. “자기야. 이젠 자기 몸도 힘든데, 나 아침 차려주려고 일찍 일어나지마. 나 신경 쓰지 말고, 자고 싶은 만큼 더 자다가 늦게 일어나서 아침 먹고 그래” 라며 말렸습니다. 물론 남편의 말은 참 고마웠지만, 애기 태어나도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소고기 무국, 현미잡곡밥, 배추김치, 깍두기, 계란말이, 김 등 반찬은 별로 없었지만, 소박하게 아침상을 차려줬습니다. 남편이 반찬타박 없이 깨끗하게 다 먹고 출근하더군요. 그 모습 보면서 자그마한 행복을 느꼈답니다. 요즘 회사 경기가 안 좋아서 야근도 많고, 기름값 때문에 자가용도 못 타고, 통근버스 타며 출퇴근하는 우리 남편, 고생하는 남편에게 매일 아침 따뜻한 밥상으로 제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힘들게 고생하는 우리 남편에게 ‘파이팅!’이라고 응원해주겠습니다. 충북 청주 | 차선미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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