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와 ‘보스상륙작전’, ‘두사부일체’….
배우 정운택의 필모그래피에서 대표작으로 꼽힐 만한 영화들이다. 장르는 각기 다르지만 어쨌거나 정운택을 확연하게 드러낸 것은 코믹함 혹은 코믹 이미지였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이 조금씩 묻어나는 대사톤에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 연기는 흔치 않은 코믹 연기자로서 정운택을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정운택은 자의든, 타의든 이 같은 ‘굴레’ 속에서 내심 답답했나보다. 11일 개봉하는 공포 스릴러 영화 ‘4요일’(감독 서민영·공동제작 제이제이패밀리ENT, 갑봉엔터테인먼트)의 시나리오를 우연히 읽은 정운택은 오디션을 자원했다.
영화는 인터넷 자살 동호회에서 만난 11명의 사람들이 자살하기 위해 모여든 뒤 벌어지는 공포의 이야기. 그는 이 작품이 ‘절대’ 탐났다.
“모두 반대했지만 이 작품을 왜 내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 끈질기게 설명했다. 열정과 패기와 자신감으로 도박을 건 셈이다”고 그는 말했다.
도박? “막 웃고 있다가 갑자기 운다. 그럼 사람들은 ‘쇼하냐?’, ‘장난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진실한 눈물을 계속 흘리면 ‘왜그래? 무슨 일이야?’라며 함께 고민한다”고 말하는 정운택은 자신을 둘러싼 이미지가 그 만큼 두터웠다고 생각했던 셈이다.
“지금 울고 있는 게 중요하다. 좀 전에 웃고 있었던 건 중요한 게 아니다”는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절대 들떠 있거나 웃긴 놈이 아니다. 내가”라고 강조한다. 그는 “성격이란 기본적으로 다양한데 주위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도드라지면 성격이 되고 캐릭터가 된다”고 자못 진중하게 말했다.
몇 작품을 거치면서 주변 환경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고, 배우로서 “빠른 속도로 계단을 밟고 오르다 정지된 느낌”을 한동안 가졌던 것도 ‘4요일’을 선택하게 했다.
차근차근 단역→조연→주연의 단계를 지났다면 “조금 더 나았을 것”이라는 그는 “너무 큰 회식을 한 다음 날 또 너무 아픈 몸살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결국 자신이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할 밖에. 하지만 “그럴 만한 자생력과 면역력이 이미 없었”고 정운택은 “어느 순간 코미디라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할 상황에 놓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럴 때면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마시고 노래방에서 2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만사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북한산과 설악산에 올라 모든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 그렇게 하고나서 온전히 바라본 자신으로서 그는 다시 세상에 나섰다.
“나라고 왜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시기가 없었겠나”라고 말하며 웃는 정운택은 “영화가 10분 정도, 최소한 15분 정도 진행되고 나면 관객이 내게 지닌 선입견은 단박에 깨져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무리 힘겨워도 또 아무리 슬프고 견디지 못할 삶의 무게에 짓눌렸 있다 해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소주 한 잔, 노래 몇 곡으로 소중한 삶을 기억하라고 말하며 정운택은 인터뷰를 마쳤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