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JYP연습생도전(4)-연기수업받다탈진

입력 2008-12-21 08: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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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체험 이틀째-2> 1. 연기 트레이닝 ‘체육시간이야? 연기는 언제 배우나’ 이번 체험에서 제일 걱정되면서도 궁금했던 것이 연기수업이었다. 꿈 많고 피 끓던 한때, 날카로운 이미지의 악역 연기자에 대한 로망이 있던 터라, 내심 기대되고 설렜다. 연기수업은 춤 수업이 있던 지하 연습실에서 진행됐다. 시간도 가장 긴 2시간짜리다. 랩 수업이 늦어져 10분 가량 늦었다. 연습생들의 진지한 연기 배틀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던 수업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문을 열자 어렸을 적 학교에서 하던 체육시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초등학교 체육시간. 세 명의 연습생들은 긴 매트 위에 줄을 서서 앞구르기를 하고 있었다. “어? 체육복으로 갈아입으셔야죠.” 강사는 KBS 16기 공채 개그맨 최희선 씨. 연극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개그우먼으로 데뷔했다가 연기자로 전향했다고 한다. ‘어라, 웬 체육복?’ 어제는 춤 수업이 있어 체육복을 가져왔지만, 오늘은 랩수업과 연기수업인 관계로 체육복은 가져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체험 첫날 멋진 모습보다 힘들어하고 망가지는 모습만 사진기자가 찍어 오늘은 일부러 꽃단장까지 한 마당에 무슨 체육복이람. 할 수 없이 입고 있던 스키니진 차림으로 줄 맨 뒤에 섰다. 앞 사람이 하는 대로 매트 위를 굴렀다. 처음엔 몸 가까이 손을 짚고 구르다, 몸 먼 곳에 손을 집고 굴렀다. 이어 천천히 구르기, 빠르게 연속구르기를 번갈아 시켰다. ‘연기는 언제 하는 거야?’ 스트레칭 차원에서 하는 줄 알았던 구르기는 그칠 줄 몰랐다. 이번엔 뒷구르기를 했다. 가까이 손 짚고 뒷구르기, 멀리 손 짚고 구르기, 천천히 뒷구르기, 빠르게 연속 뒷구르기. 연속 뒤 구르기 3회를 끝내고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머리는 어지러웠고, 한 바퀴만 더 굴렀다간 토할 것 같았다. 엎어져 있자 옆에서 셔터를 더욱 빠르게 누르던 사진기자 후배가 놀라 달려와 등을 마사지해 준다. “담 걸리겠어요.” 왁스로 세팅한 머리모양이 망가졌다는 사실은 이젠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뿐. 다른 연습생들이 옆구르기까지 하는 동안 한쪽 구석에 놓인 탁자에 노구를 기대고 ‘탈진’이란 게 어떤 건지 체험했다. ‘그러길래 평소에 운동을 해야지’란 자책이 자동적으로 되뇌어졌다. 구르기는 1시간이나 계속됐다. 구르기를 하는 이유는 연기자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연기자에게 근육운동은 필수. 다리는 감성을 표현하고 상체는 이성을 표현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상체는 거짓동작으로 상대를 속일 수 있지만, 다리는 금방 표시가 난다고 한다. 연기를 하려면 하체도 상체처럼 이성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이 체조의 목적이다. 구르기가 끝나자 이젠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는 연습이 이어졌다. 눈썹 올리기와 내리기, 콧구멍 벌리기, 입술 떨기, 동공 키우기 등 온갖 표정을 반복적으로 짓게 했다. 이것도 쉽지 않았다. 오른쪽 왼쪽 번갈아 눈썹을 올려보지만, ‘눈은 크게 뜨지 말고, 눈썹만!’이란 지적만 받을 뿐이다. 그나마 콧구멍 벌리기는 “잘 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얼굴 근육 움직이기도 점점 어려워졌다. 입술 늘어뜨리기, 표정 뒤로 넘기기(눈 코 입 동시에 위로 향하기). 귀 움직이기는 절대 불가능했다. 강사는 “몸을 먼저 만들고, 감정을 넣어야 된다. 배우는 신체의 모든 부위를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오감이 다 살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괴한 얼굴근육운동이 끝나자 발음시간이 이어졌다. 발음연습은 혀 운동부터 시작됐다. 혀를 살짝 씹은 후 다시 혀를 길게 내밀고 위로 아래로 움직이며 혀 운동을 했다. 혀끝으로 아랫니 윗니 숫자도 세어보라고 했다. ‘따르르릉’ 소리를 내며 혀 운동을 마무리했다. 자음은 이성적인 소리고, 모음은 감성적인 소리라 설명한다. 기성(숨이 나오는 소리), 비강공명 등 이상한 용어들이 나오며 호흡법을 설명했다. 연기수업은 대본으로 연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고, ‘몸만들기’부터 시작한다. 신체트레이닝 이후 발음, 화술, 표정 연습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단계로 즉흥(상황극)연기, 대본연기 등의 순서로 연기수업이 진행된다. 빠르면 6개월에 이 과정을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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