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뮤지컬신고②]뮤지컬부대‘마인’의양동근인터뷰

입력 2009-01-28 09: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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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총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30일부터 국내 최초 뮤지컬 부대의 공연이 다시 시작된다. 뮤지컬 ‘마인’은 지난 해 서울, 광주, 부산 등지에서 인기를 얻고 과천시민회관에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배우도 군인이고, 음향, 조명 등을 담당하는 스태프도 군인이다. 라이브 연주 역시 군악대가 맡았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40여 명의 군인들은 억누를 뻔한 개인들의 끼를 발휘했다. 지난 해 폭발적인 관객 반응에 힘입어 올해는 과천과 고양에서 재공연을 한다. 제작진은 상업 뮤지컬을 만드는 전문가들이지만, 배우나 일반 스태프는 출연료를 따로 받지 않는 군인들이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하게 들었다. “딱딱하고 계몽적이지 않을까? 군인들만 보는 거 아냐?”라는 편견은 금물이다. 재미있다. 이색적이다. 유쾌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의외로 끝내준다”는 입소문을 탈 만 했다. 뮤지컬 배우 중에는 일반 군인으로 뮤지컬 부대에 파견된 강타, 양동근, 재희가 있다. 강타는 현재 제8보병사단 오뚜기부대 수색대대 일병이다. 양동근은 제3보병사단 백골부대 군악대 이병, 재희는 2탄약창 1탄약중대 이병이다. ‘마인’의 주인공 양동근, 강타, 재희가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스포츠동아 독자들에게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셋을 만난 것은 성남육군종합행정학교 내무실이었다. 그들은 배우이자 동시에 군인으로서의 낯빛이 확연했다. ○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배우 양동근 “(사회의) 그 바닥은 10년 동안, 저를 멍들게 했어요.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파. 흘러넘쳐. 구멍 난 가슴에… 군에서 생각하면 (나가서) 이제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약관(스무살) 때 내가 이랬지’ 돌아보고. 불혹(마흔)이 오기 전에. 불어줘야겠어요. 내 마음대로…” 무엇을 불어주겠다는 것일까? 랩, 혹은 에너지? 개성 있는 대사? 양동근은 처음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너무 독특했다. 제대 후 이것저것 ‘불어줄’ 생각으로 군 생활을 견디고 있는 걸까? 지금은 뮤지컬 부대에서 랩과 노래를 불러준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대화에 인용하며, 뚝뚝 끊어 말하는 양동근 특유의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컬이 대체 뭐관데?’라며 시조를 읊듯 말해 저절로 웃음도 유발했다. 군복을 입은 양동근의 모습에서는 불쑥불쑥 영화나 드라마·연극에서 보여준 지난 캐릭터들이 튀어나왔다. 네멋대로 해라(MBC)의 착한 남자 ‘고복수’가 비쳐지기도 했고, Mr.깽(MBC)의 당당한 ‘강달고’의 모습도 보였다. 아이앰샘(KBS)의 소심한 ‘장이산’ 국어 선생님도 나타났다. 양동근은 이번 군대뮤지컬에서 은호(강타)의 오랜 친구 봉태를 연기한다. 현대무용을 전공했지만 비보잉에 이끌린 20대 청년 역이다. 껄렁껄렁하지만 능청스러운 캐릭터다. 그가 나오는 장면은 모조리 재미있다. 기존 양동근 드라마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자신의) 피가 늘 자유로워야 하고, 창조적이어야 하고 뻗어나가야 되는데…통제, 눌림, 억압, 뭐 이런 거를, 무대에 선 시간만큼 무의식적으로 발산한다. 뮤지컬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양동근은 말했다. “군인 뮤지컬이라서 도리어 거부감을 느끼고 안 보는 관객도 있다”고 들려주자 “그래서 마인이 굉장히 중요하다. 변해야 한다. 물론 무기로 국방력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콘텐츠로 나라를 수호한다는 게 대단한 혁신이고, 새바람이다. 말 그대로 희망을 갖고. 군에 올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와서 젊은 2년을 인내 하나를 배워가려고 보내는 것보다 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도 하고, 자기 발전도 찾아 간다”며 부대의 장점을 꼽았다. “뮤지컬 사업에 좀 더 체계적인 여건이 생기면, 나라를 이끌어갈 뭔가 더 큰 힘이 생기지 않을까… 국방부 장관님, 네티즌들은 관심 있게 봐주시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위해 좋은 장이 마련돼야 한다.” 작품은 지난 해 관객 반응에 성공했고, 중국 해외 공연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군관계자와 기획사에서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6월 400여명의 장병이 오디션에 지원해 10대 1의 높은 경쟁률도 기록했다. 뮤지컬 ‘마인’은 군대 자체를 문화콘텐츠로 이용해 특수한 분단 상황 속에서 입대를 앞둔 20대 한국청년들의 보편적 고민을 담아냈다. 게다가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군대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 비보이의 열정을 극적인 재미로 이끌어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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