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명화여행]공연기획자심바루가본‘은물고기’

입력 2009-04-14 22: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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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우레같은삶의고개를넘자고통도설움도바람처럼날리리니
‘클림트전’을 보러 가기 전, 페인팅보다 드로잉이 많다는 소문을 들은 지라 걱정도 됐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따라 서서히 이동하면서 마치 속이 가득 찬 호두과자의 느낌이랄까? 오히려 ‘키스’등 대작들이 전시에서 빠진 것이 나를 클림트에 대해 더 샅샅이 살피도록 했다. 특히 ‘은물고기’는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은물고기는 삶과 죽음이 함께 있는 세상에서 갈등을 거듭한 그가 결국 죽음을 극복하고 생명을 그리기 시작한 작품이다. 그림 속의 무늬는 바로 생명 탄생을 말한다. 여성의 머리칼을 서서히 덮기 시작한 물방울들은 바로 화려한 생명력이다. 우리네의 삶과 같이 승리의 장식이 시작된 것 같았다. 클림트는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삶과 죽음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한 사람이다. 은물고기를 들여다보면, 그가 그림을 완성할 즈음의 마음이 느껴지고 드보르 작의 ‘신세계 교향곡’이 귀에 들려온다. 클림트는 은물고기를 그린 이후, 우울하기만 했을지도 모를 일상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황금빛 찬란한 태양을 맞이하며, 찰리채플린처럼 양발을 부딪치고 펄쩍 뛰면서 ‘비비디 바비디부’라 노래했을 것이다. 기나긴 사춘기를 막 지난 소년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클림트를 에로티시즘의 작가, 대단한 여성편력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불우하고 힘든 시절을 겪은 그에게 여성은 즐김의 대상이라기보다 극복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클림트는 여자들을 순간순간 성실히 사랑했다. 에로티시즘을 통해 암울한 분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도 했다. 당시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기계에 대한 탈출구였지 않을까? 여성이란 클림트에게 인간의 본성과 생명, 그리고 희망이었다. 그의 그림은 전혀 퇴폐적이지 않다. 그가 그려낸 여성의 표정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보여주는 가장 안정되고 편안한 얼굴이다. 엄마 자궁 안의 아기표정과도 같다. 여성 편력은 피카소에게 어울리는 말이고, 클림트는 ‘여’라는 성을 존중하고 사랑한 숭배자다. 여성이 신이 만든 최고의 창조물이라 믿었던 것이다. 클림트는 빛과 색, 여성에 관한 한 천재임에 틀림없다.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색을 뽑아 여성이 가장 매료될 수밖에 없는 공간적 배치와 디자인을 보여줬다. 죽은 이후에도 지금까지 여성을 유혹하고 매료시키고 있으니, 그는 여성에 관해서는 지존이라는 우스운 생각마저 든다. 클림트 그림을 찬찬히 둘러본 후, 클림트가 내게 나지막이 말해줬다. “인간의 삶, 참 허무합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이웃과 더 많이 사랑을 나누십시오.” 심바루는? ‘예술로 세상을 바꾼다’는 모토를 실천하고 있는 설치미술가, 공연기획자다. 미술화가 강리나와 함께 ‘외계인출입금지’라는 전시를 열고 올해 가을 전시를 준비 중이다. 뮤지컬 배우 김선경과 ‘지구방위대’를 조직, 봉사활동을 하며 ‘아트액티비스트’로 살고 있다. 인디프로젝트 밴드 봉춘홍 밴드 리더로 활동, 공연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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