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박찬욱인터뷰②“‘박쥐’사실적이고환상적인작품”

입력 2009-05-15 21: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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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스포츠동아DB]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이다.”

신작 ‘박쥐’를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한 박찬욱 감독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 없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도록 친절히 그리려 했다”면서 “그러나 눈과 귀, 때로는 냄새와 촉각으로도 느끼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과 ‘박쥐’의 주연 배우 송강호와 김옥빈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경쟁부문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은 “내 작품 중 가장 감각적인 영화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칸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과 가진 일문일답.

- 주연배우 송강호는 인터뷰에서 ‘박쥐’를 보고 받은 충격이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연속성’을 봤을 때와 같다고 했다.

“내가 초현실주의에 매료되어 있기는 하다. 그 부조리한 표현과 낯설게 보이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송강호의 얘길 들었을 때 ‘통하는구나’ 확인했다. 반가웠다.”

- ‘박쥐’를 신화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해석을 제안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제공하는 안식이고 배려이다. 마지막에는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드라마를 따라가며 느낄 수 있는 상상의 재미를 주고 싶었다.”

- 많은 문학작품이나 영화에 흡혈귀가 등장한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문학이나 영화의 인기 소재란 것은 어쩌면 성적인 뉘앙스 때문일 것이다. 또 희생자들의 관점에서 죽음을 향한 어두운 정열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알면서도 자신의 목을 뱀파이어에게 맡기는 것처럼. 그러나 난 그보다 숭고한 인류애를 지닌 사람이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느끼는 고통을 말하고 싶었다. 그건 냉정한 현실이다.”

- 2006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이창동 감독의 ‘밀양’도 종교의 이야기를 그렸다.

“‘밀양’과 ‘박쥐’는 지난 2년 동안 만들어진 많은 한국영화 가운데 2편에 불과하다.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서양에서 유래한 종교의 이야기가 그리 많은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의 개신교 인구는 많다. 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현대 한국과 한국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는 영화가 종교의 이슈를 다루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깡’을 원작으로 삼았다.

“에밀 졸라를 좋아하며 이 작품을 번역된 직후 읽었다. 26살 작가가 썼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상과 인간에 대한 가혹한 시선을 갖고 있다. 내가 소설가가 됐다면 이런 소설을 썼을 것이다. 사실주의 혹은 자연주의 작품을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결합시켰다. ‘박쥐’는 뱀파이어 영화로서는 사실적이며, 에밀 졸라의 각색 작품으로선 가장 환상적인 영화인 셈이다.”

- 가장 좋아하는 뱀파이어 영화는 뭔가.

“‘노스페라투’이다. 시적이고 뭔가 불분명하고 몽롱한 분위기가 좋다. 베르너 헤어초크의 리메이크작도 좋아한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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