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TALK]쿨래퍼서트로트가수변신김성수…왜?

입력 2009-05-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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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년 차 가수 김성수가 새롭게 변신한 모습으로 팬들을 다시 찾는다. ‘쿨’의 멤버로서 쿨한 선택, 바로 트로트를 선택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데에 전념할 생각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래퍼서트로트로‘쿨’하죠?
김성수에게 “와인이나 한 잔 하자”했더니, 그는 “잘 아는 사케 집이 있다”며 역제한을 했다. 워낙 솔직하기로 유명한 김성수. 술은 그를 더 솔직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가 알려준 서울 압구정동 일본식 주점에 함께 앉았다. 늘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은 얼굴, 그래서 보는 사람도 유쾌하게 만드는 얼굴이 앞에 있다. 하지만 15년간 인기 절정의 그룹 쿨에서 래퍼로 활동했던 ‘중견’ 가수가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술의 힘을 빌어 더 솔직한 그의 대답을 듣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질문이 조금 ‘까칠’해지기도 했다.

- 젊은 트로트 가수도 많긴 하지만, 김성수의 트로트 변신은 왠지 ‘마지막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맞다. 그러나 아이들 가수도 트로트를 한다. 나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매일 음악을 접했는데 (솔로 활동하면서) 내가 힙합을 할 수 없지 않는가. 솔로 활동을 구상하다가 ‘나는 뭘 잘 할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트로트를 하게 됐다. 트로트가 내 스타일에도 맞다.”

- 쿨 활동도 계속할 텐데, 트로트와 댄스를 오가는 건가

“댄스와 트로트는 장르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세미 트로트댄스도)댄스의 큰 범주에 있다고 생각한다.”

- 데뷔 16년차인데, 연예계에서 확실한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아직 내 색깔 찾아야 하고 자리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재미있는 캐릭터가 강하다 보니 노래한다고 하니까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래할 때는 진지하게 하는데 말이다. 쿨 활동을 50살까지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앞으로 노래하는 ‘가수 김성수’를 각인시키도록 노력하겠다. 단기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아니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두고 기다리겠다. 나도 노래 연습 많이 하겠다.”

- 쿨에서 자신의 역할이 너무 작다고 생각하지 않나.

“노래엔 저마다 파트가 있는 거니까…. 그래도 요즘은 많이 늘어났다. 사실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메인 보컬을 할 수는 없으니 ‘짧은 부분이라도 충실하자’ 생각했다. 리더로서 멤버들이 믿어주고, 나도 홍보를 자처해 혼자 예능 프로그램 나가서 웃고 떠들기도 한다.”

- 연기도 도전했는데.

“코믹한 이미지가 강해 스트레스가 있다. 나름 진지하게 하고 있는데 스태프들이 자꾸 웃었다. 연기 역시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쾌한 색깔을 버리지 않겠다. 즐거움을 주는 즐거운 가수가 되고 싶다.”

트로트를 선택한 데뷔 14년차 가수 김성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그래도 그 유쾌한 이미지로 인해 ‘국민 연예인’이 될 수도 있는 건 아닌가.

“국민 연예인…, 음…, 데뷔 16년차인데, 데뷔 초기에 중·고등학생 팬들이 이제 30대 중반이 됐다. 요즘 버라이어티를 하다보니 청소년들이 알아본다. 국민 연예인이란 말이 어울리도록 많은 활동을 하겠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도 젊은 사람들에게 지지 않는다.”

- 코믹 이미지로 인해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

“힘들다. 나를 죽이고 대중에게 항상 상냥해야 한다. 나도 ‘욱’할 때가 있고,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러나 이미지로 인해 그러질 못한다. 연예인도 사람인지라 아닌 건 아니라고 하고 싶고, 누가 공격하면 받아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참는다. 국민 연예인으로 가야하기에(웃음) 사고 치면 안 된다.”

-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어중간 했다. 성적도 그렇고. 중고등학교 때는 ‘욱’할 때가 많아 싸움도 많이 했다. 그래서 얼굴엔 상처투성이다. 그러면서 인내도 배웠다. 지금은 나는 인생이 숙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도, 선을 지켜가며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 특출하게 잘 나지 않아도 선을 지키며, 욕먹지 않고, 사고 안치고.”

- 돈은 좀 벌었나.

“그렇게 많이 벌지는 못했다. 어려서 가난하게 살아서 돈에 대해 한이 많았다. 자연히 돈에 대해 애착도 많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하리라 생각했다. 지금 내 집 사고 아이가 뛰어노는 것 보니까 좋다.”

김성수는 술이 세다. 취하는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그 취한 상태에서 속된 말로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계속 마신다. 인터뷰 이튿날 전화를 걸어 전날 술자리의 이야기들을 다시 복기할 정도로 기억의 끈도 놓지 않는다. 그와 술잔을 기울이며 ‘힙토크’를 가진 이날 인터뷰는 해질녘에 만나 해가 다시 뜰 무렵에 헤어졌다. 김성수는 밤이 깊고 날짜가 바뀌어가는 동안 “나는 좀 어중간 캐릭터다. 유재석처럼 친절하고 배려 깊은 캐릭터도 아니고 신해철이나 김구라처럼 독설도 없고…, 난 어중간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아니었다. 자신의 앞으로 가꿔갈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었고, 자신의 색깔을 잘 가꿔가겠다는 ‘취중진담’이었다.

clip “유채영은 끼많은 나의 친구, 솔로 대결은 무슨…”

김성수가 데뷔 15만년만의 솔로 활동은 공교롭게도 쿨의 원년 멤버 유채영의 솔로활동 시기와 같다.

한때 팀 동료였던 두 사람이 데뷔 15년 만에 솔로가수로 맞대결을 벌이는 셈이다. 최근 ‘좋아’로 활동에 나선 유채영은 1994년 쿨의 원년 멤버로 데뷔했다가, 혼성듀오 어스로 활동했지만 솔로 가수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수는 유채영에 대해 “끼가 많은 친구”라고 칭찬했다. 평소에도 유채영과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던 김성수는 유채영의 솔로 활동에 많은 격려를 했다고 한다. 김성수는 “그 친구는 뭐든 잘 해낸는 능력을 가졌다”면서 “연기든 노래든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채영은 중학교 시절이던 1989년 푼수들이란 혼성그룹으로 처음 가요계에 발을 내디뎠지만, 얼굴을 알린 건 1994년 쿨 1집 ‘너이길 원했던 이유’로 활동하면서부터다.

김성수는 1990년대 초반 서울 이태원 클럽가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DJ로 이름을 떨치다, 선배 DJ였던 최준명의 제안으로 쿨의 멤버가 됐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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