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보낸편지]한글로된슈퍼마켓…한국영화의힘새삼느꼈죠

입력 2009-05-2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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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인근의 슈퍼마켓.  칸ㅣ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국제 영화제의 도시 칸은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칸은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시골 마을에 지나지 않았답니다. 19세기 영국 귀족들이 인근 니스로 향하다 전염병이 창궐하자, 칸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 휴양지로 알려졌습니다.

쪽빛의 바다, 고른 모래사장, 아열대 식물, 해안에 즐비한 요트, 해안가를 따라 뻗은 크로와제 거리의 고급 호텔들.

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도 칸의 상징인 아열대 식물인 종려나무에서 유래한 것이고 로고의 나뭇잎 형상도 그 잎사귀를 본뜬 것이지요. 비싼 물가만 아니라면 한 번쯤 여행오고 싶은 곳입니다.

지금 칸은 각국의 영화 관계자와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경기 불황으로 영화 관계자들은 많이 줄었지만 관광객 규모는 커다란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시사를 기다리며 팔레 데 페스티벌 앞에서 티켓을 달라고 부탁하는 영화 팬의 열기도 변함이 없습니다.

칸은 영화제로만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원래 1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곳입니다. 일명 ‘컨벤션 시티’라고도 불립니다. 1월 세계 대중 음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국제미뎀음악박람회를 비롯해 봄 가을에 열리는 방송프로그램 견본시 MIPTV, 6월 칸 국제광고제 등 국제적인 행사들이 쉴 틈 없이 열립니다.

그래서 팔레 데 페스티벌의 보안요원들은 그것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한다는 농담도 있습니다. 사실 영화제 주 상영관인 팔레 데 페스티벌의 극장들도 영화 전용관이 아닙니다. 이처럼 칸은 세계 각국 사람들과 소통하는 마당입니다. 한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요. 기자 숙소인 피에르 세마르가의 한 레지던스. 영화제 때에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코리안 타운’으로 불립니다. 한국영화 관계자들이 대거 묵기 때문이지요.

그 입구에 작은 슈퍼마켓(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 예전에는 없던 한국어 간판이 있습니다. 점원에게 그 까닭을 물어봤지만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요.

칸 국제영화제가 우리에게 그 만큼 익숙한 축제임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 이전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칸의 문을 두드렸고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 사상 첫 경쟁부문 상영작이 된 이후 감독상, 그랑프리, 여우주연상 등이 한국영화에 돌아가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그 만큼 한국영화의 질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것을 칸에 올 때마다 확인하곤 합니다. 그 위상과 수준만큼 한국영화의 더 큰 발전을 기대해봅니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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