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 인근의 슈퍼마켓. 칸ㅣ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쪽빛의 바다, 고른 모래사장, 아열대 식물, 해안에 즐비한 요트, 해안가를 따라 뻗은 크로와제 거리의 고급 호텔들.
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도 칸의 상징인 아열대 식물인 종려나무에서 유래한 것이고 로고의 나뭇잎 형상도 그 잎사귀를 본뜬 것이지요. 비싼 물가만 아니라면 한 번쯤 여행오고 싶은 곳입니다.
지금 칸은 각국의 영화 관계자와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경기 불황으로 영화 관계자들은 많이 줄었지만 관광객 규모는 커다란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시사를 기다리며 팔레 데 페스티벌 앞에서 티켓을 달라고 부탁하는 영화 팬의 열기도 변함이 없습니다.
칸은 영화제로만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원래 1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곳입니다. 일명 ‘컨벤션 시티’라고도 불립니다. 1월 세계 대중 음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국제미뎀음악박람회를 비롯해 봄 가을에 열리는 방송프로그램 견본시 MIPTV, 6월 칸 국제광고제 등 국제적인 행사들이 쉴 틈 없이 열립니다.
그래서 팔레 데 페스티벌의 보안요원들은 그것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한다는 농담도 있습니다. 사실 영화제 주 상영관인 팔레 데 페스티벌의 극장들도 영화 전용관이 아닙니다. 이처럼 칸은 세계 각국 사람들과 소통하는 마당입니다. 한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요. 기자 숙소인 피에르 세마르가의 한 레지던스. 영화제 때에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코리안 타운’으로 불립니다. 한국영화 관계자들이 대거 묵기 때문이지요.
그 입구에 작은 슈퍼마켓(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 예전에는 없던 한국어 간판이 있습니다. 점원에게 그 까닭을 물어봤지만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요.
칸 국제영화제가 우리에게 그 만큼 익숙한 축제임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 이전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칸의 문을 두드렸고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 사상 첫 경쟁부문 상영작이 된 이후 감독상, 그랑프리, 여우주연상 등이 한국영화에 돌아가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그 만큼 한국영화의 질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것을 칸에 올 때마다 확인하곤 합니다. 그 위상과 수준만큼 한국영화의 더 큰 발전을 기대해봅니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