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행운권달인’다섯살아들,어느날당첨안되자울음바다

입력 2009-06-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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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안은 유독 돌잔치 행사가 많습니다. 저는 돌잔치가 있을 때마다 아들을 꼭 데리고 갑니다. 그런데 여기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 돌잔치에 가보면 입장하는 손님들에게 번호가 적힌 행운권을 나눠주면서, 돌잡이 때 아이가 잡을만한 물건에 행운권 반을 찢어 넣어달라고 합니다. 그럼 돌잡이 물품을 맞춘 사람 중에서 추첨을 해서 상품을 주는거죠. 저 역시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당시 다섯살이었던 아들에게 네가 넣고 싶은 곳에 넣으라며 선택권을 넘겼습니다.

아들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하나 싶더니 결심했다는 듯 청진기에 번호표를 넣더군요. 이내 돌잡이가 시작되고, 주인공인 아이는 고개를 요리 조리 돌리다 청진기를 잡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부 잘해서 의사 되겠네”하며,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해줬죠. 그런데, 웬걸요. 행운권을 추첨하던 사회자가 “38번, 오늘의 대상입니다!”라고 외치는 겁니다.

순간 ‘아!’하며 짧은 비명을 내질렀지요. 38번은 아들이 넣은 행운권 번호였거든요. 저는 이때부터 돌잔치에 갈 때마다 돌잡이 선택은 반드시 아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참 신통방통하게도 돌잡이 물품을 잘 맞추는 아들 덕에 돌잔치 상품의 열에 아홉은 저희 차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늘 우리 옆에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번은 저희 회사 직원의 돌잔치가 있었는데요. 그날은 저와 아들만 단둘이 돌잔치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그랬듯이 “오늘은 또 뭘 탈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며 아들에게 돌잡이 선택권을 넘겨줬습니다. 아들 녀석이 이 날은 마이크에 행운권을 넣더라구요. 그런데 숫자가 하나씩 발표되고, 마지막 대상을 발표하는 순간! 제 아들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아들 녀석이 가지고 있던 행운권 숫자가 불려 지지 않았거든요.“아빠 왜 우린 상품이 없어? 마이크도 맞췄는데, 왜 상품 안줘요?”하며 울어대는데 말릴 방도가 없었습니다.

아내라도 있었으면 조용히 달랬을텐데, 혼자인데다 당황해서 울지말란 말밖에 할 수가 없더군요. 주위 어르신들이 이거라도 가지라며 본인의 답례품을 건네는 데도 획∼ 내치며 “이런 거 우리 집에 많아요! 나는 저거 주세요”하며 바닥에 앉아 떼를 쓰는데 제 얼굴이 다 화끈거렸습니다. 결국 우는 아들을 안고 얼른 밖으로 나왔는데, 다그칠수록 더 큰 소리로 발악을 하는 거 있죠? 어휴, 그날 얼마나 진을 뺏는지. 그날 이후로 주위에서는 저한테 돌잔치에서 선물타려고 아들 교육시키는 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다음번에도 또 상품 안 준다고 떼쓰면 어떻게 해야될지. 다음 달에도 또 아는 사람 돌잔치가 있는데, 이거 가기 전에 미리 교육을 시키던가 해야지 원. 근데 매번 돌아오던 행운이 그 날은 왜 안 왔을까요? 이제 우리 아들 행운권 추첨 운발이 다 됐나봅니다.

전북 전주시|이민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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