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시아버님마음열어주신요양병원어르신들,감사합니다!

입력 2009-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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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시아버님을 모시고 작은 아버님 댁으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라서, 저는 가벼운 허리부상만 입었는데, 아버님께서 허리를 좀 많이 다치셨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 요양병원에 모시게 됐죠.

그 날부터 저는 통원치료 받으며 아버님 병 수발을 들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무척 힘들더라구요. 아버님께서 제가 힘들어한다는 걸 눈치 채신 것 같았습니다.

“아가, 니도 힘든디, 자꾸 오고 하지 말그라잉∼ 나는 여서 내 또래 사람들이랑 편하게 있으믄 되니께” 하시더군요.

하지만 자식 된 마음으로 어디 그럴 수 있나요. 그래서 아픈 것도 꾹 참고, “아버님, 저 괜찮아요, 멀쩡해요∼” 하고 그 다음날은 아버님 드실 과일까지 챙겨서 병실로 갔습니다. 마음 맞는 어르신들하고 나눠드시라고 과일을 풀어놓고, 제가 통원치료 받아야 하는 병원을 다녀왔죠.

그런데 아버님은 무슨 하실 말씀이 그렇게도 많은지, 제가 외출하고 돌아온 그 때까지도 말씀이 아직 안 끝나셨더라고요. 어릴 적 이야기며, 가족들 이야기며, 지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씀하시는 아버님을 보며, ‘아버님께 저런 모습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버님은 평소에 말씀도 없으시고, 과묵하시고, 제가 무슨 얘기를 하면 ‘허허’ 웃기만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 날은, 그 병실에서 가장 목소리 크게 며느리 자랑하고 아들 자랑하고 손자 자랑하는 분이 바로 아버님이셨습니다.

며칠 뒤 하도 날씨가 좋기에, 도시락을 싸서 아버님 병실을 찾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좋아하시는 취나물까지 무쳐서 도시락을 싸고, 김밥과, 동태 전을 만들고, 아버님 친구 분들 것까지 넉넉하게 싸갔지요. 어르신들도 모시고 건물 밖에 조성되어 있는 작은 공원으로 소풍 삼아, 나들이 삼아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할머니께서 “아이고∼ 이게 얼마 만에 나온 소풍이여? 나가 요양병원에서 3년을 지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하며 좋아하시더군요.

어느 덧 3개월이 지나고, 아버님께서 요양병원을 퇴원하게 되셨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정이 드셨는지, 퇴원수속을 30분 만에 마치고, 친하게 지내셨던 분들을 찾아가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하시더군요.

퇴원 뒤, 아버님께서 제게 먼저 말을 거셨습니다. 병실에 계실 동안 있었던 얘기를 한참동안 제게 들려주시더군요. 아마도 아버님께서 병원에서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시면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되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게도 마음을 열고 쉽게 대화를 나누시는 거겠죠. 저희 아버님께 큰 변화를 가져다준 병원 친구분들, 조만간 맛있는 간식거리 가지고 다시 뵈러 가야겠습니다. 그 분들은 저희 아버님께 친구만 되어 드린 게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까지 같이 느끼게 해주신 것 같아요. 무척, 감사드립니다.

수원시|김원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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