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돈아끼고정다지고…사무실‘도시락점심’강추!

입력 2009-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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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50분, 조용하던 사무실이 갑자기 어수선해 지는가 싶더니, 모두들 분주하게 회의실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사무실 막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커다란 원형탁자 위에 신문지를 깔고, 미스 김은 주전자와 컵을 꺼내놓지요. 이렇게 기본 세팅이 끝나면, 나머지 직원들은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놓기 시작합니다.

이 대리는 오늘도 반찬이라곤 김치밖에 없고, 새침때기 미스 오와 노총각 서 주임은 신세대답게 반찬도 고급스러운 불고기와 낙지볶음을 싸왔습니다. 지난달에 결혼한 새신랑, 유 대리의 도시락은 오늘도 밥 위에 콩으로 하트가 수놓아져 있지요. 그걸 본 총각, 처녀들은 다들 닭살이라며 부러움 속에서 야유를 하는데요. 유 대리는 그렇게 부러우면 빨리 다들 결혼하라고 오히려 당당하게 나옵니다. 참고로 차 과장인 저는, 도시락 반찬으로 콩자반과 추억의 분홍색 소시지를 싸갔습니다.

미스 김이 “어머∼ 과장님은 오늘도 콩자반이네요?”하고 한 마디 하더라구요. 그러자 “왜 그래, 난 과장님이 싸온 콩자반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던데∼ 아무래도 사모님께서 엄청난 비법을 알고 계신 거 같은데, 아닌가요? 하하하” 웃으면서 유 대리가 너스레를 떱니다. 그 때, 회의실 문이 빼꼼히 열리면서 막내의 손에 이끌려서 부장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참고로 저희 강 부장님께서는 젓가락만 들고 오시는데요, 그게 또 다 사연이 있답니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강 부장님께서는 혹시나 깜빡하고 오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 도시락을 두 개씩 싸오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장님께서 ‘기러기 아빠’ 대열에 합류하시게 되면서 젓가락만 들고 오게 되신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부장님을 도시락 멤버에서 뺄 수 있나요? 그래서 돌아가면서 부장님 도시락을 대신 싸오는데요, 부장님께선 미안하신지, 가끔은 도시락 파티 대신 근처 식당에 저희들을 모두 데려가서 별미를 사주시곤 한답니다.

그 누구도 돌아가며 부장님 도시락 싸오는 일을 불평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부장님께서 항상 우리들은 모두 가족 같은 존재라고 강조하셨고, 부장님께서 먼저 우리들을 가족처럼 대해주시거든요. 아무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시작한 도시락 파티인데요. 나가서 사먹을 땐 조금만 늦게나갔다 하면 많이 기다려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좋고, 매일 점심 때 뭘 먹을까 고민 안 해도 되고, 경제적 부담도 덜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왜 사람이 같이 밥을 먹어야 더 친해진다고 하잖아요? 예전엔 삼삼오오 짝지어서 밥을 먹으러 가서, 솔직히 친하지 않은 동료도 있었는데요, 다같이 밥을 먹으니까 예전에 비해 사이도 많이 가까워 진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들도 저희 회사 도시락 파티에 한번쯤 참석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자리는 언제든지 마련되어 있는데요, 혹시 오시게 되면 말이죠. 특별히! 젓가락만 들고 오셔도 됩니다.

충북 청원군|차재복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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