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장근석, “난 청춘이야 아, 연애하고 싶다”

입력 2009-08-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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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을 선보이는 장근석. 한국계 미국인이란 역할 탓에 영어 대사를 소화해야 했지만 중학교 졸업 후 미국 유학을 경험한 덕분에 어려움을 격지 않았다.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가장 궁금한 건 사람이다.”

배우 장근석은 “호기심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특히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모두 각자 가치관과 말투, 습관이 다르다”면서 그래서 “그 사람의 환경이 더욱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그건 결국 그가 “캐릭터”라고 표현한, 사람의 내면에 관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다큐멘터리를 통해 들여다본 사건. 그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9월10일 개봉하는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감독 홍기선·제작 선필름, 영화사 수박). 영화는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벌어진, 두 명의 10대 한국계 미국인들이 한국 대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모티프 삼았다. 끝내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사건은 미스터리만을 남겨두고 다시 영화를 통해 재구성됐다.

장근석은 극중 살인용의자로 모든 대사를 영어로 소화해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1년여 동안 미국 유학을 경험한 덕분에 영어 대사는 그리 어려움이 없었고 관객들은 실감나는 사건의 현장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그리고 장근석은 미스터리한 용의자의 얼굴,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의 내면”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기세다.

“영화 속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체 드러나지 않는 범인의 실체를 잡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이야기다. 그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자신 역시 사람에 관한 호기심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알게 된 그는 특히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자신의 그 내면에도 확대경을 들이댔다.

“학교(한양대 연극영화과) 생활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23살 또래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청춘의 에너지가 들끓는 것 같은. 청춘으로 밤을 지새며 친구들과 답도 나오지 않는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게 됐다. 학생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부여받고 노력해오면서 여유가 많지 않았다. 대중의 시선도 의식해야 했고. 하지만 지금 내 승합차에는 거울이 없다. 메이크업과 의상은 이제 내게 부차적인 거다. 중요한 건 배우로서 가장 원초적인 것, 내면이다.”


-답도 나오지 않는 토론을 왜하나.

“학교와 집, 정치, 사회, 이성 등 다양한 것들을 소재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내 나이에 답을 낼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답답해하면서도 계속 얘기한다. 어떤 신념이 있다기보다 그저 그게 우리 또래, 지금의 내 모습이다.”


-학교 생활의 어떤 점이 재미있던가.

“수업, 축제 등 모든 것을 즐기려 했다. 친구들을 만나면서 날 찾은 것도 같다. 캐릭터의 내적인 모습도 보게 됐다. 씻지도 않은 채 슬리퍼를 신고 도서관에 드나드는 친구들을 봤다. 미래를 준비하며 쌓아가는 모습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에게서 굉장히 많은 걸 배웠다.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함께 한 정진영 선배를 ‘즐거운 인생’ 이후 2년 만에 만났는데 그런 날 보고 ‘씩씩해졌다. 네 나이답게’라고 말해주었다.”


-학점도 잘 나왔겠다.

“연기 활동을 하고 영화를 찍으며 공부를 한 것 치고는 좋다.”(구체적인 평점을 묻자 그는 답했고 그 자신의 말대로 좋았다.)


-학업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다보면 육체적 피로감도 없지 않겠다.

“이젠 완급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난 자존심도 강하고 내 자신과 벌이는 싸움에서 지고 싶지도 않다. 대충 한다는 소리도 듣기싫다.”


-타인으로부터 자존심을 다친다면.

“실력으로 보여주려 한다. 내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누군가 내 욕을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실력과 답을 보여주면 된다. 내 분야에서 내 걸 지키려면 말이다.”


-이제 연기 활동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동갑내기 혹은 또래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날 다잡게 됐다.”


-특별한 계획이 있나.

“연애하고 싶다. 한창 청춘 아닌가.”(웃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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