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와인다이어리]최면술사와연애하는기분,샤토피숑롱그빌바롱

입력 2009-09-10 18:03:33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제1회 신동와인 엑스포’가 열렸다. 전 세계 36개 와이너리에서 온 70여종의 와인이 사람들을 맞았다. 소믈리에들은 오전 스케줄을 잡는 게 힘든 직업군이지만 아침 일찍부터 많이 몰렸다. 63시티 레스토랑 워킹온더클라우드의 김현수 지배인은 “어떤 와인이 나올지 궁금해 피곤하지만 일찍부터 나왔다. 벌써 맛있는 와인을 하나 찾았다”며 미소 짓는다.

이날 행사는 600여명이 찾아 성황리에 치러졌다. 맛있는 와인을 찾은 사람들은 소풍에서 보물찾기에 당첨된 듯 기뻐했다.
와인 엑스포의 묘미는 이런 데 있다. 기자도 엄청 맛있는 와인을 하나 발견했다. 이날 행사장 아래층에서는 와이너리 대표와 매니저들이 들고 온 와인을 기자들과 나눠 마시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탈리아 와인 명가 피오 체사레의 4대손이자 현재 오너인 피오 보파 씨가 들고 온 ‘바롤로(2005)’를 필두로 프랑스 샤블리 지역 농부의 힘이 합쳐진 조합 ‘라 샤블리지엔’의 ‘샤블리 프리미어 크뤼 바이용(2006)’, 론의 명가 이기갈의 ‘크로제 에르미타쥬 루즈(2005)’, 베를린 테이스팅으로 유명해진 칠레 와이너리 에라주리즈의 ‘비네도 채드윅(2006)’ 등이 선보였다. 모두 좋은 와인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단연 마음을 사로잡은 와인이 있다.
‘샤토 피숑 롱그빌 바롱(2006, 사진)’이다. 실키한 타닌과 최면을 걸듯 깊이 이어지는 피니시는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어오르는 초콜릿 향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보르도 네고시앙 ‘꽁빠니 메도깽’의 아시아 담당 매니저 스테파니 림 씨는 “아침에 오픈 해 저녁에 마신 적이 있는 데 굉장하다. (경제적 여력만 된다면)매일 마시고 싶다”고 말한다.

가격은 35만원. ‘그레이트 밸류(Great Value)’ 와인이다.
보르도 포이약 지역에 위치한 샤토 피숑 롱그빌 바롱의 포도원은 자갈밭으로 돼 있다. 1855년 등급에서 2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슈퍼 세컨드’로 구분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역사가 흥미롭다.

원래 ‘샤토 피숑 롱그빌’이었는데 1855년 등급 제정 전 오너인 자크 드 피숑 남작이 포도원을 아들인 피숑 롱그빌 남작과 딸인 라랑드 백작부인에게 이등분 해 줬다. 그 결과 남작과 백작부인을 뜻하는 이름을 붙여 ‘피숑 롱그빌 바롱’과 ‘피숑 롱그빌 꽁떼스 드 라랑드’가 탄생한다. 남작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우선, 백작부인은 메를로를 일정 비율로 섞는다.

현재 소유주는 프랑스 최대 보험그룹인 악사(AXA)의 계열사 악사 밀레짐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본은 맛있는 와인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정회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