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낯선 땅에서 매일 밤 눈물 흘리며 잠들었다”

입력 2009-11-23 16: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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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트라이베카에서 열린 ‘원더걸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진입’ 관련 기자회견에서 원더걸스의 선미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눈시울을 적시자 소희가 휴지로 닦아주고 있다.(상단) / 소희의 머리가 헝클어지자 선미가 고쳐주고 있다. (하단)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처음 미국에 갔을 땐 매일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었어요.”

원더걸스의 멤버 선미는 이 말조차 끝까지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동양 가수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원더걸스는 자신들의 히트곡 ‘노바디’를 통해 미국 빌보드차트 ‘핫(HOT) 100’에 진입했는데도 기쁨보다 그동안 느낀 낯선 시장에서의 설움이 더 큰 듯 보였다.

원더걸스와 프로듀서 박진영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빌보드차트 76위를 기록한 의미와 향후 미국 음반활동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들에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100여 명의 취재진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미는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도 힘들었고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노래하고 춤을 추고 음악을 알리는 게 무섭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예은은 “무엇보다 언어의 장벽을 넘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원더걸스가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건 올해 초. 이후 미국의 인기 팝그룹 조나스 브라더스의 북미투어의 오프닝을 꾸미는 가수로 발탁돼 2달 동안 50여 회의 공연 무대에 올랐다.

작은 지방공연까지 참여하며 팬 층을 쌓은 덕분에 원더걸스는 음반판매순위와 라디오 방송횟수로 순위를 집계하는 빌보드차트 ‘핫 100’에 진입했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다.

박진영은 “80년 이후 동양가수가 음반 판매로만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200’에 진입한 건 8번이었지만 ‘핫 100’에 오른 동양 가수는 30년 동안 없었다”며 “바닥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하지 않으면 공략이 어려운 차트”라고 의미를 밝혔다.

이어 “‘노바디’의 라디오 선곡은 65회였는데 이는 모두 미국 내 상위 167개 라디오 방송국에서 선곡한 기록”이라며 “미국 라디오 방송국은 로비가 불가능한 시스템인데다 아무리 팬이 많은 유명스타라도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트라이베카에서 열린 ‘원더걸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진입’ 관련 기자회견에서 원더걸스의 멤버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를 넘나들며 무대에 올랐던 원더걸스는 공연이 끝나면 버스 침대칸을 타고 밤새 이동해 다음날 또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나서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이러한 여정을 대부분 동행한 박진영은 “당시 우리의 소원은 흔들리지 않는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예은은 “두 달 동안 조나스 브라더스의 투어에 동참하며 처음에는 우리를 몰랐던 관객들이 마지막엔 ‘노바디’를 들으며 박수치고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며 고생 뒤 찾은 기쁨을 전했다.

원더걸스가 이 같은 홍보 방식을 택한 이유는 팬과의 일 대 일 만남으로 친분을 쌓으며 한 계단씩 성장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미국 음악시장의 법칙을 따른 것이다. 박진영은 “팬과 가까이 만나는 1단계를 지나 그 팬들을 온라인으로 집결시키는 2단계, 팬들이 라디오를 공략하는 3단계까지 성공한 덕분에 원더걸스는 빌보드차트에 진입했다”며 “앞으론 TV출연과 신문 잡지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 활동보다 미국 시장에서의 음반 발표에 주력할 원더걸스는 내년 초 12곡을 담은 정규 음반을 출시한다. 기존 히트곡 6곡을 영어로 부르고 나머지 6곡은 신곡으로 채울 예정이다.

박진영은 “그동안 고생할 결과가 지금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시장이 우리의 목표다. 정규 음반을 발표하고 세계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한국에서 좀 더 길게 활동할 텐데 후회하더라도 ‘멋있게 망하자’는 게 우리의 좌우명”이라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영상취재=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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