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녕의 별★다방] ‘허세’는 그의 성장통 장근석을 위한 변명

입력 2009-10-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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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을 선보이는 장근석. 한국계 미국인이란 역할 탓에 영어 대사를 소화해야 했지만 중학교 졸업 후 미국 유학을 경험한 덕분에 어려움을 격지 않았다.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5월이었던가. 장근석이란 이름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제목은 ‘형!’ 딱 한 글자였다.

연예인을 사칭한 신종 스팸메일이 아닐까 싶어 잠시 머뭇거렸다. 정말 그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횽아’란 애교(?)체로 시작되는 사연인즉슨 이랬다.

재학 중인 학교 축제 기간 중에 소아환자 돕기를 위한 파티를 준비했는데, 스폰서를 유치하기 위한 기획안을 직접 만들었으니 제대로 된 것인지 감수를 부탁하고, 또한 행사 당일 와서 ‘매상을 올려 달라’는 것이었다.

첨부한 기획안을 보니, 그럴듯한 기승전결에 세련된 문체까지 갖춘 것이 매우 영특한 친구란 생각을 새삼 들게 했다. 덧붙이자면 청춘스타란 타이틀로 누릴 수 있는 적잖은 특권을 그 스스로 멀리 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어려서 유명해지고 큰 돈을 쥐었을 때 경계해야 할 것은 반경 10m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살 수도 있다는 점. 이는 때가 묻어서도 안 되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는 어른들의 과보호와 ‘변해선 안 된다’는 흑심이 빚어낸 결과일 것 같다.

장근석 역시 또래의 스타들처럼 10대 시절엔 기획사가 만들어낸 ‘상품’으로 비쳐졌지만, 20대에 들어서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어제는 진리였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늘은 아무 의미 없이 다가오는 게 20대 초반의 사고방식인데 그 표현에 너무 진지하고 솔직해 한때 ‘허세’란 애꿎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열광하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등 돌리는 대중의 냉정한 심리에 그는 적잖은 상처를 받은 게 사실이지만 별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장근석은 요즘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아이들 그룹이 소재인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다. 경쟁작인 ‘아이리스’의 물량 공세가 막강하지만 적잖은 마니아를 확보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구조상 전형적인 하이틴물일 수도 있는 이 드라마가 그래도 제 몫을 하는 것은 세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의 화려함만이 아닌 그때 겪어야 할 고민 등 나름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단 게 아닐까.

‘미남이시네요’의 이런 특징은 지금의 장근석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그가 조금은 아쉬운 시청률에 연연치 않고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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