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와인 다이어리]지미 추를 보면 생각나는 와인은?

입력 2009-11-05 17: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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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와인복합문화공간 ‘포도플라자’에서 2일부터 이색적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림과 이 그림에 어울리는 와인을 함께 전시한 것.
와인과 그림을 매치한 작업은 국내에서 최초 시도된 일이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갤러리 피그의 송수진 대표는 “와인과 그림이 만난 생기는 효과는 무엇일까. 분명 이색적인 경험이 될 거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우임, 서웅주, 유용상, 한슬, 허유진, 피에르 드 미셸리스 등 6명의 화가가 작품을 냈고, 나라식품 윤영규 사장을 비롯해 동부건설 권병국 회장, 영화사 소풍 김현신 대표, 이너스 치과 함영석 원장, 피디피와인 김영근 부회장, 뱅가 오세호 지배인 등 6명의 전문가와 애호가가 그림을 보고 떠오른 와인을 매치했다.

 한슬 작가의 eye shopping(아이 쇼핑).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 와인 ‘일 보로(Il Borro)’


이 중 한슬 작가의 ‘eye shopping(아이 쇼핑)’과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 와인 ‘일 보로(Il Borro)’의 매치는 아주 그럴싸했다. eye shopping은 핑크색 테이블 위에 놓인 에메랄드 색 백과 지미 추 하이힐을 쇼윈도우를 통해 보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다.

와인을 고른 윤영규 사장은 “이탈리아 패션명가 살바토레 페라가모 패밀리가 만든 와인으로 당당한 명품을 와인으로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와인 병 어디에도 페라가모 이름은 찾을 수 없다. 명품은 또 다른 명품을 낳는다”며 매치한 이유를 말했다. 이 한마디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도록 만든다. 지미 추를 신고 싶어 하는 여성에게라면 더욱.

 서웅주 작가의 ‘구겨진 스마일, 구겨진 와인잔’.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 ‘치냘레(Cignale)’


서웅주 작가의 ‘구겨진 스마일, 구겨진 와인잔’과 김현신 대표가 매치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 ‘치냘레(Cignale)’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구겨졌지만 여전히 웃고 있는 스마일리와 치냘레의 라벨에 그려진 멧돼지 그림은 오버랩 되는 맥락이 있다.

 김우임 작가의 ‘와인 테이스팅’


김우임 작가의 ‘와인 테이스팅’은 작품으로만 봤을 때는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검은색 배경에 시간 별로 변하는 여자 얼굴 4개가 나란히 있는데 와인을 목으로 넘기고, 음미하고, 만족한 듯한 얼굴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돼 있다. 이 그림은 50년 이상 된 나무에서 자란 포도만 사용해 만든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피에르 라베 부르고뉴 피노누아(Pierre Labet Bourgogne Pinot Noir)’와 매치했다.

김 작가는 “오늘 처음 이 와인을 마셨는데 (그림과 어울리는지) 잘 모르겠다. ‘부샤 페레 피스 랑팡 제주(Bouchard Pere & Fils L’Enfant Jesus)’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기 예수 와인’으로 불리는 이 와인은 이날 나온 와인 중 가장 비싼 와인이다. 그림과 와인 매치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작가의 느낌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 대목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의견은 ‘어울린다’와 ‘어울리지 않는다’로 갈렸지만 공통적인 느낌이 한 가지 있다.

재미있고, 이색적인 시도라는 점이다.
윤영규 사장은 “와인을 알코올이 아닌 문화의 한 장르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와인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번 전시는 9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는 와인까지 그냥 제공한다고 한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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