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온에어’ ‘찬란한 유산’에서 ‘막장 싸가지’ ‘새침데기’라는 튀는 캐릭터로 얼굴을 알린 한예원(사진). 이랬던 그녀가 이번엔 달라졌다. 쌀쌀맞고 톡톡 쏘는 듯한 말투는 오간데 없고 털털한 남자(?)가 됐다.
그녀는 현재 방송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열혈장사꾼’에서 주인공 조윤희의 룸메이트이자 사고뭉치 홍지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못된 역할만 했잖아요. 욕도 많이 먹으면서 인기도 얻었는데, 이번엔 제 성격과 비슷한 왈가닥하고 털털한 모습이 있고 제가 해보겠다고 욕심을 냈어요. 그 모습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말투와 행동도 남자처럼 하고 머리도 짧게 잘랐어요.”
전작의 캐릭터가 너무 강했던 탓이었을까. 욕심 많고 말 안 듣는 여동생 같을 줄 알았는데 실제는 구수한 성격이라고 강조한다. “다들 그렇게 생각해요. 예쁜 척 많이 하는 여우같다고 하는데 아니에요. 내숭도 없고 어떨 때는 옆집 아줌마 같기도 해요.”
많은 시청자들이 잘 알고 있듯 그녀는 여성그룹 슈가의 멤버였다. 슈가로 활동할 때는 한예원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이제는 자신의 존재감을 당당히 각인시켰다.
“슈가가 잘됐던 건 아니지만 팬들은 많았어요. 다른 멤버들이 나보다 인기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솔직히 그 안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게 어려웠어요. 그러나 연기는 나 혼자 노력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잖아요. 책임감과 부담감이 생기지만 그 만큼 만족도와 행복감은 더 높아지더라고요. 슈가로 활동할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지금이 행복해요.”
요즘 가요계는 여성 걸그룹이 전성시대를 이루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녀도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끔 옛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수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대리만족을 하기 위해서 노래방에는 자주 가요. 친구들과 함께 가서 땀 흘리며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아요.”
한예진과 함께 슈가의 멤버로 활동했던 황정음과 박수진도 요즘 안방극장에서 눈에 띠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황정음은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박수진은 SBS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에서 제 이름값을 하고 있다. 황정음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녀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한예원은 “예전엔 정음 언니가 ‘온에어’의 체리를 부럽다고 했는데, 이젠 제가 그래요”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