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우치’ 속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뿜어낸 임수정은 “최근 스스로를 돌아보며 변화하고 싶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때 동안(童顔) 이미지로서 대중에게 각인됐던 임수정은 자문하듯 말했다. ‘섹시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답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섹시하게 보인 적이 있어?’ 혹은 ‘내가 섹시하다고 생각해?’라고 묻고 싶기도 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미 충분히 섹시해 보였다. 그런 모습을 더욱 명징하게 드러내는 무대가 23일 개봉하는 영화 ‘전우치’(감독 최동훈·제작 영화사 집)라면 어떨까. 영화에서 그녀는 여배우의 코디네이터로 가냘퍼 보이는 외모 뒤로 숨겨온 욕망을 어느 순간 확연히 드러낸다. 그때 보이는 임수정의 모습은 가장 섹시하며 강렬해 보인다. 임수정은 이를 “약간의 자아도취”와 “자뻑”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필(feel)에 취해 즐기기에 바쁜 캐릭터”란 설명을 내놓으며 “자기중심적이고 독립적인 인물이어서 촬영은 정말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 엔딩 크레딧에 ‘강동원 김윤석 유해진 그리고 임수정’으로 되어 있더라. ‘그리고’는 뭘까.
“최동훈 감독의 제안이었다. 나야 좋지. 뭔가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 같아서. 나에 대한 애정일까.”(웃음)
- 실제로도 ‘자뻑과’인가.
“가끔 ‘나 잘났으니까’ 생각할 때도 있다. 호호! ‘전우치’를 촬영하며 캐릭터에 젖다 보니 그런 것도 같다. 강동원, 김윤석, 유해진, 백윤식, 김상호 등 남자 연기자들과 함께 하니 술자리도 많고 말도 좀 거칠어졌다. 내 감정에 좀 더 충실해졌다는 뜻이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가자는 생각이다.”
임수정.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30대가 됐다. 20대 때는 그러지 않았다는 말인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했지만 주변과 공감하며 살려고 했던 듯하다. 힘들어도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잘 알아주지 않더라. ‘쟤는 잘 참아’, ‘힘들어도 금방 이겨내’라면서 말이다. 이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거다.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 30대에 접어들며 자연스레 갖게 되는 생각은 아닐까.
“현실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결혼 등 미래도 생각해야 하고. 20대 때에는 너무 일만 생각해온 것 같다. 그러면서 ‘배우 임수정’과 ‘자연인 임수정’의 거리가 너무 멀어졌다. 연기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다. 연기를 평생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한다. 다른 재미있는 일도 찾고 싶다. 아무래도 욕심이 더 많아졌나보다. 그래서 30대 땐 더 무시무시한 것에 도전해보자 생각도 한다. 또 ‘자연인 임수정’으로서 내 생활도 좀 그 수준처럼 끌어올리자 다짐했다.”
-‘자연인 임수정’으로서 욕망은 무엇인가.
“내 생활이 더 풍요로웠으면 좋겠다. 취미도 좀 늘려보고. 확 꽂힌 분야가 있는데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다. 일종의 학문이다. 손놨던 어쿠스틱 기타도 다시 들어보고 댄스도 더 배우고 싶다.”
- 사랑도 그렇게 할 건가.
“물론이다. 적극적으로 사랑할 거다. 지금까지는 사랑을 기다렸던 편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다가갈 거다. 연애도 많이 해보고 싶다.”
- 2010년의 포부는 무엇인가.
“이젠 강하고 센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나쁜 여자’ 캐릭터로 날 몰아달라.(웃음) 단선적인 팜 파탈의 이미지, 화려하고 섹시한 느낌만을 주는 게 아니라 폭넓은 이미지의 ‘나쁜 여자’말이다. ‘전우치’는 맛보기다.”
- 스스로 섹시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나.
“나의 섹시함은 뭘까. 찾아보고 싶기도 하다. 섹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동안의 이미지’는 어떤가.
“그렇게 불리는 게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10년 뒤에도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서서히, 조금씩 바꿔가려 한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도 그걸 거부하지 않겠지만 이젠 잘 변화하고 싶다. 내게 달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