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여배우들의 귀환] 이요원 “누나 누나 하며 따르던 동욱이와 멜로신…얼굴 화끈화끈”

입력 2010-10-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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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 이후 부쩍 성장한 것 같다”는 이요원은 새 영화 ‘된장’에서 이동욱과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지고지순한 여인을 연기했다.

■ 영화 ‘된장’으로 스크린 컴백

스크린에 ‘여배우들’이 돌아오고 있다. 21일 개봉하는 ‘된장’의 이요원을 비롯해 ‘두 여자’의 신은경, ‘이층의 악당’의 김혜수, ‘여의도’의 황수정이 그들이다. 여전한 매력을 뽐내는 중견 심혜진도 ‘페스티발’을 통해 신선한 시선을 모은다. 2∼3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스크린 공백을 가졌던 이들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시대를 열 태세다. 여기에 신인급 여배우들까지 포함하면 올해 가을 시즌 스크린은 ‘여배우들의 세상’이다. 한동안 스크린을 주도하지 못했던 이들 여배우에 거는 관객과 영화계 안팎의 기대가 크다. 스포츠동아가 그들을 소개한다.


마음 착해, 요리 잘해…남자들 로망 캐릭터
청순 캐릭터 할 수 있을때 하자…출연 OK

20대 캐스팅땐 욕심만 앞서 결국 슬럼프
이번엔 내 연기 보며 창피하지 않게 찍었죠


이요원(30)은 스포트라이트를 이끄는 화려한 스타는 아니다. 연예인 친구들과 뭉쳐 다니지도 않거니와 출연하는 작품 외적으로 관심을 일으킨 적도 드물다. 출연작이 없을 때 뭘 하며 지내는지조차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소리 없는 연기자다.

그런데도 이요원이 출연하는 작품은 대부분 성공을 거둔다. ‘패션 70S’부터 ‘외과의사 봉달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거쳐 지난해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히트하자 다시 한 번 그의 행보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0개월의 공백을 깨고 이요원이 내놓은 신작은 영화 ‘된장’(감독 이서군·제작 필름있수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영화에서 이요원은 마법 같은 맛을 내는 된장찌개의 달인이라는, 또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남자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지고지순하고 요리까지 잘하는, 마치 남자들의 로망 같은 여자”라고 자신이 연기한 장혜진이란 인물을 소개한 이요원은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보면서 이번엔 창피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자신의 연기가 창피했다는 의미일까.

“어릴 땐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이젠 극복했다”는 이요원은 “‘된장’을 보면서 영화에 심하게 동화됐고 울컥했다”고 돌이켰다.

● “지고지순한 역 들어올 때 많이 해야죠”

미스터리와 멜로, 판타지가 가미된 ‘된장’에서 이요원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5년 동안 붙잡히지 않은 탈주범을 된장찌개 하나로 사로잡아버린 여자. 영화는 그 여자의 사연을 되짚으며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애틋한 사랑을 펼친다. 이요원은 환상의 세계 같은 산골을 배경으로 이동욱과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멜로 연기를 보여준다.

“순수한 사랑이 진부하다는 평가도 있을 거예요. 저도 사랑이 반드시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보며 ‘저런 사랑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심도 했으니까요. 그런데도 영화를 보며 울컥했어요.”

영화는 15일 막을 내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처음 공개됐다. 이요원은 영화제를 찾은 관객과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호평에 상기돼 있었다. “제 팬 카페에 올라온 의견들도 긍정적”이라고도 곁들이며 주위의 분위기를 옮겼다.

이요원이 ‘된장’을 처음 만난 건 ‘선덕여왕’에 출연하기 전이다. 영화 촬영이 길어지며 나머지 부분은 ‘선덕여왕’을 끝내고 올해 초 보충해 찍었다. 햇수로 2년 동안 이어진 기나긴 촬영이었던 셈이다.

“혜진은 최고의 캐릭터가 아닐까 해요. 지고지순한데다 요리까지 잘해요. 하하! 남자들의 로망이죠. 청순한 여자인데, 솔직히 제가 청순한 역할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요. 많이 들어올 때 하자는 마음도 있었고요. 어쩌면 저조차 혜진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지도 몰라요.”

상대역으로 나온 한 살 터울의 후배 이동욱과는 20대 초반에는 ‘누나 동생’하며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였다. 하지만 결혼과 연기 공백, 활동 무대가 달라지며 8년 만에 만난 이동욱과 이요원 사이에는 다소 어색한 기운도 흘렀다고 한다.

“(이)동욱이는 8년 전에는 ‘누나, 누나’하며 잘 따르던 동생이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그 때 그 마음이 잘 안되는 것 같았어요. 그 사이에 서로 감정을 나누지 못했으니 당연하겠죠. 저는 늘 사람을 많이 만났던 20대 초반의 감성 그대로 사람을 대해요. 반가워서 먼저 인사하면 오랜만에 만난 상대는 그렇지 않을 때가 좀 있었죠. 민망하기도 하고요.”


● “어릴 땐 제의받은 역할 다 해야 직성 풀렸었죠”

이요원은 말수가 적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털털한 편이다. 여배우들이 대게 말을 가리거나 속내를 들키는 말은 극도로 꺼리지만 이요원은 달랐다. 이런 성격은 이동욱과 찍은 멜로 장면을 설명할 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서로 마음이 처음 통하는 장면을 찍는데 눈빛을 ‘삐리리’ 나눠야 할 때는 저도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한 번도 그랬던 경험이 없거든요. 연기니까, 실제의 제가 아니니까 연기할 수 있었죠.”

이요원은 외모의 한계에 대해서도 꺼냈다. 먼저 자신의 한계를 언급한 그는 “이 모습으로 세게 보이려고 한다면 역효과가 나지 않겠느냐”며 “내 외모를 부각하다보니 ‘된장’의 시나리오도 만날 수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드라마, 영화를 번갈아가며 한 편씩을 내놓고 있는 이요원에게 “작품 욕심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는 “어릴 땐 더 많았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류승룡 선배가 했던 말이 있어요. 자기는 늦게 일을 시작해서 들어오는 역할은 모두 하고 싶다고요. 저도 그랬어요. 어릴 때 시작해서 그런지 저한테 오는 역할은 다 제가 하고 싶었어요. 제가 먼저 받은 역할을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걸 못 봤죠. 하하. 그러다보니 몸도 많이 상하고 연기에 회의감도 컸어요.”

이요원은 그 시기를 20대 초반이라고 꼽으며 슬럼프라고 인정했다. “그 때 제 옆에는 오빠(남편)가 있었고 결혼을 했고 다행히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30대에 접어든 이요원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연말까지는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보낼 생각”이라고 하지만 이미 머릿속은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그가 욕심나는 인물은 “특이한 여자”다. “아직 연기하지 않은 캐릭터에 끌린다”는 이요원은 “‘선덕여왕’을 하고 나서 무서운 게 없어졌고 두려움도 없어졌는데 그렇게 함께 커가는 것 같다”고 했다.

“30대가 되고나서 더 열심히 일을 했어요. 만약 일이 없었다면 약간 우울해지기도 했겠지만 다행히 쉽게 털어낼 수 있었죠. 행운인 거죠.”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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