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MC의 유재석 MC딩동] MC딩동 “저 같은 연예인 처음 보시죠? 자, 맘껏 만져보세요!”

입력 2011-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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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방송에 앞서 무대에 나서는 사전MC. 그들은 본 녹화에서 방청객들이 적극적으로 호응을 할 수 있는 엔도르핀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은 ‘사전MC계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MC딩동.

녹화전 방청객 기살리는 ‘웃음 바람잡이’
‘유희열…’등서 거침없는 입담 인기몰이

무대 설치·깜짝 이벤트도 사전 MC 몫

“메인 MC 등장에 우레 박수 터질때 뿌듯
김제동형처럼 마음 울리는 MC 될래요”
텔레비전 공개 방송의 특징은 화면 가득 울려 퍼지는 방청객들의 박수 소리다. 가수의 열창에, 때론 포복절도한 개그에 반응하는 방청객의 생생한 현장감은 시청자의 집중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청자를 빨아들이는 공개 방송의 매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녹화가 시작되기 30분 전, 긴 기다림으로 지친 방청객의 피곤함을 풀어주고 적극적인 호응을 할 수 있도록 엔도르핀을 넣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전 MC’들이다.

# 사전 MC 아십니까?…자기보다 남의 박수소리 커야 즐거운 그들

화요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의 TV 공개홀. 1000여 명의 방청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개 스튜디오인 이곳에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KBS 2TV 음악 라이브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가 있는 날이다. 녹화 전이라 무대는 조명이 꺼져 어둡고 사람들이 자리를 잡느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때 리본 넥타이를 매고 왼쪽 가슴에 빨간 코사지를 단 30대 초반의 남자가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는다. “저 사람 누구야?”라며 웅성이는 순간, 그가 입을 열었다.

“스케치북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오늘 1번으로 들어오신 분 어디 계십니까? 선물부터 드리고 시작할까요? 아, 네. 저기 계시는 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직업이 없으신가 봐요.”

거침없는 농담에 여기저기서 ‘피식’하고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그의 말 한 마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MC딩동(32, 본명 허용운). 공개방송 프로그램이나 연예 관련 행사를 기획할 때 요즘 섭외 1순위로 꼽히는 남자다. 2007년 SBS 개그맨 공채로 방송에 입문, 현재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일대백’에서 ‘사전 MC’를 맡고 있다. 또한 DJ DOC의 전국 콘서트, 장근석, 송창의 팬미팅 등 각종 행사 전문 진행자로도 명성이 높다. 방송가에서는 그를 ‘사전 MC계의 유재석’으로 부른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자마자 MC딩동의 화려한 입담이 펼쳐졌다.

“녹화 중에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니 지금 마음껏 저를 찍어 두세요”라는 코믹한 주의 사항부터 “카메라가 가까이 오면 촌스러운 브이 대신 가장 예쁜 미소를 지어달라”는 안내까지. 그가 맡은 30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곧 녹화가 시작된다는 신호가 오자 그가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유희열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다.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는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상대적으로 초라한 박수를 받았던 MC딩동의 얼굴을 슬쩍 봤다. 그는 싱긋 웃고 있었다.

“(유)희열이 형한테 박수가 쏟아질 때가 제일 뿌듯해요. 진행자와 게스트에게 최고의 박수를 유도해 주는 일, 그게 제 일이니까요.”


# 사전 MC의 또 다른 이름, ‘악기세팅’, ‘무대설치’

지상파 방송3사의 경우 현재 10여개의 공개 녹화 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들마다 녹화전 방청객의 기를 살리는 사전MC가 활동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전문적인 사전MC가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개그콘서트’의 경우에는 개그맨이 맡고 있다. 요즘은 코너 ‘슈퍼스타 KBS’에 출연 중인 이광섭이 담당한다. 만약 이광섭이 코너를 준비해야 할 경우에는 다른 개그맨이 투입된다.

음악, 개그, 퀴즈 등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사전 MC의 역할도 조금씩 다르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최대한 편하게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긴장을 풀어준다면, 개그 프로그램은 개그맨들이 일주일 동안 고심해서 준비한 코너에 아낌없이 웃음이 터지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들뜨게 해야 한다. 반면 퀴즈 프로그램은 녹화 때 조심해야할 주의사항을 공지하면서 긴장은 풀어주돼 들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 출연자를 위해 무대와 악기를 배치하기 위해 녹화가 잠시 중단됐다. MC 딩동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큐시트를 보니 그의 이름 대신 ‘무대설치’라고 적혀 있다.

“녹화 중간에 올라갈 때는 따로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요. 1분이 될 수도 있고, 10분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늘 마음이 조급하죠.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방청객이 불편한 점도 살펴야 하거든요.”


# 방청객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스케치북’

사전 MC로 무대에 서기 전부터 그는 바쁘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MC딩동은 스케치북 한 권을 들고 대기실에서 분주했다. 진행자 유희열을 비롯해 박정현, 슈프림팀, 원모어찬스, 먼데이키즈 등 출연진의 사인을 스케치북에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스케치북 앞에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였다.

밤 9시. 한 시간 반이 넘게 진행된 녹화가 무대 준비로 다시 중단됐다. 사람들의 얼굴에 지루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MC딩동이 나섰다.

“여러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선물로 진짜 스케치북을 드립니다. 천원짜리 스케치북이지만, 아주 특별한 것들이 들어있어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분께 이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 ‘제2의 김제동’이 되고픈 사람,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MC 지망생

사전 MC들이 ‘워너비’(wanna-be)로 꼽는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바로 방송인 김제동이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사전MC로 방송에 입문해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 방송인으로 우뚝 선 김제동은 MC딩동에게도 롤모델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제동이 형은 말 한마디에도 진실성이 묻어나는 MC예요. 귀만 즐겁게 해주는 것보다는 마음도 함께 즐겁게 만들어주는 그런 MC가 되고 싶어요.”

이날 녹화장 한쪽에서 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이벤트MC를 하다 MC딩동의 무대를 보고 무작정 상경한 김주환 씨(25). MC딩동이 김제동을 꿈꾸듯, 그도 MC딩동을 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 “지금까지 MC딩동이었습니다”

밤10시30분. 세 시간 반 만에 녹화가 끝났다. 유희열의 마지막 인사말을 끝으로 화려했던 조명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방청객들이 서둘러 짐을 챙겼다. MC딩동이 다시 무대에 올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방청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여러분 즐거우셨나요? 지금까지 저는 사전 MC, MC딩동이었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멀리 안나갑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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