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핑퐁으로 맺은 ‘국경없는 사랑’

입력 2011-04-0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안재형(오른쪽), 자오즈민 부부. 스포츠동아DB

1993년 안재형·자오즈민 부부 TV 고정 출연
‘사랑엔 국경이 없다.’ 사랑에 관해 이처럼 진부한 표현도 없지만 1980 년대 말 우리에게 이 말을 제대로 실감케 해준 커플이 있다. 바로 한국과 중국의 탁구스타 안재형과 자오즈민이다.

두 사람이 1993년 오늘부터 EBS 중국어 회화시간에 고정 출연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9시에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자오즈민이 안재형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이어지는 출연 섭외에 난색을 표하다 결국 승낙한 뒤 자연스런 일상 회화를 전해주었다. 특히 ‘천생연분’이란 말을 증명하듯 두 사람은 척척 맞는 호흡을 자랑했다.

두 사람은 1989년 10월 스웨덴 한국대사관에 결혼신고서를 제출하며 사실상 결혼했다. 하지만 이들이 결혼하기까지에는 숱한 난관이 있었다. 아직 한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1984년 파키스탄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났다. 경기가 의도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뒷머리를 긁적이는 자오즈민의 버릇을 안재형이 흉내내며 친해졌다. 이후 두 사람은 ‘만리장성’을 뛰어넘어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다.

그러나 아직 양국이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 두 사람 모두 양국의 대표적인 탁구선수라는 점에서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사랑은 쉽게 결실을 맺지 못했다. 1987년 11월 5회 아시안컵대회가 서울에서 열렸을 당시 중국 탁구 대표팀과 입국한 자오즈민을 옆에 두고도 안재형은 인사 한 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은 양국 정부와 탁구 관계자들, 가족들의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1989년 10월 결혼에 골인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