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8년 홍세미 키스신 거부
“날씬한 키에 전형적인 한국 미녀 스타일.” 1967년 4월 동아일보는 김수용 감독의 영화 ‘춘향’의 여주인공을 공모한 결과를 보도하면서 한 신인 여배우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무려 1727명이 응모한 신인 여배우 공모에서 당당히 1위로 꼽힌 이 여배우의 이름은 홍세미(사진). 당시 대학생이었던 홍세미는 또렷한 외모와 단정한 이미지로 춘향 역에 발탁됐다.그 이듬해 오늘, 홍세미가 드라마 촬영 도중 키스신 촬영을 거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TBC 대하드라마 ‘조선총독부’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던 홍세미는 상대배우 김성옥과 연기하기로 했던 키스신 촬영을 거부했다.
연예기자 출신인 정홍택 전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의 회고에 따르면 홍세미는 김성옥, 김성원 등 당시 쟁쟁한 남자배우들과 함께 이 드라마에 출연 중이었다. 정 전 이사장은 언론에 기고한 회고록을 통해 서너 차례 연습을 마친 뒤 촬영을 시작하려는 순간 아버지와 의논해야겠다면서 세트를 떠났다고 전했다.
1960년대 말이라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안방극장 드라마 속 키스 장면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또 아직 신인의 티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한 여배우로서 이미지에 대한 심리적 압박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보수적이었던 사회적 분위기가 키스신에 대한 부담감을 지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정 전 이사장은 회고하기도 했다.
홍세미는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미국으로 떠나 사업체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잠시 귀국해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연기를 그 이후로는 보지 못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