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옌볜예선 때 백청강만 보였다”

입력 2011-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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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제’(師弟). 김태원과 백청강(왼쪽부터)은 7개월 동안 한 편의 ‘휴먼드라마’를 연출했다. 스승은 제자의 ‘열정’을 봤고, 제자는 스승을 ‘아버지’처럼 따랐다.

■ ‘위대한 탄생’ 우승 백청강과 그의 멘토 김태원의 못다 한 이야기

목표 톱 텐이었는데 우승
김태원샘은 나의 은인!

아이돌 가수?
제 얼굴로 무슨…

옌볜 밤무대 이젠 싫어
마이클잭슨처럼 될거예요

“(김)태원 선생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에요.”(백청강)

“처음 목표는 톱 텐 진입이었는데 우승이라니…하하.”(김태원)

피말리는 승부 끝에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늘 극적인 스타를 만든다. 최근 막을 내린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도 마찬가지다. 파란많은 스토리의 주인공 중국 옌볜 조선족인 백청강(22)에게 우승을 안겼다. 백청강의 ‘석세스 스토리’를 말하는 데는 꼭 등장해야 할 사람이 있다. 멘토 김태원(46). 둘은 스승과 제자로 만나 프로그램이 진행된 7개월 동안 한 편의 인간 드라마를 만들었다.

2일 오후 일산 MBC드림센터, 가슴 조이던 최종 결선이 끝난 지 일주일 만에 두 사람을 만났다. 이날은 마침 ‘위대한 탄생 콘서트’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아직 이런 인터뷰가 익숙치 않아 낯가림(?)이 좀 심한 백청강이 대답을 단답형으로만 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스승’ 김태원은 “말을 길게 해야 인터뷰도 많이 나온다”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서야 백청강은 긴장을 풀고 웃음을 터트렸다.


# “청강이를 봤을 때 느낌이 왔어요”

백청강은 이날 콘서트 녹화를 앞두고 전날 한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고 했다. 정말 한쪽 입술이 부르터 있었고, 얼굴에는 눈에 띄게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그는 “콘서트에서 보여줄 춤을 연습하느라 잠 잘 시간이 없었다”며 “요즘은 제 정신이 아닌데 우승한 것도 잘 모르겠다”고 멋쩍어했다.

백청강은 “무조건 한국에 오고 싶어서” ‘위대한 탄생’에 지원했다. 옌볜에서 이뤄진 예선에 참가할 때만 해도 자신이 최종 우승을 차지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톱 텐에 든 걸로 만족했어요. (이)태권이랑 경쟁했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우리는 그런 생각 안했어요. 욕심 없었어요.”(백청강)

그러나 그를 옆에서 계속 지켜본 김태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김태원은 “옌볜 예선에서 오직 한 명, 청강이만 눈에 들어왔다”고 처음 봤을 때를 다시 떠올렸다.

김태원에게 ‘어떤 가능성을 봤느냐’고 묻자, “딱 두 글자다. 바로 열정”이라고 지체없이 답했다.

“청강이를 처음 봤을 때 ‘아 밴드를 할 수 있는 친구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의미는 음악성과 성격, 가치관 여러 가지가 복합된 거예요. 제가 뽑았던 네 명의 멘티들이 다 그런 장점이 있어요. 모두 잘했어요.”(김태원)

백청강은 우승을 차지하기 전 이미 상당히 많은 팬을 만들었다. 그의 팬클럽 ‘무한 청’이 만들어졌을 정도. 10대보다는 20∼30대 여성 팬이 많다. 그는 “팬들이 보내준 비타민을 꼭 챙겨먹고 있다”며 “저는 잘 모르겠는데 팬들은 웃는 게 예쁘다고, 보조개가 귀엽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한 뒤 쑥스러운 듯 수줍게 웃었다.

백청강은 팽팽한 서바이벌 경쟁을 거치는 동안 노래는 물론 춤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래서 그에게 ‘아이돌 가수 제의를 받으면 하겠느냐’고 묻자 웃음부터 터트렸다.

이어 백청강이 “아이돌 하기엔 얼굴이…”라고 말끝을 흐리자, 옆에서 듣던 김태원이 “쌍꺼풀 수술하면 괜찮다”고 스승답게 격려를 했다.

그런데 나름 제자를 생각해 말한 스승의 덕담에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저는 얼굴에 손 대고 싶지는 않아요.”


# “제 우상인 마이클잭슨처럼 될 거예요”

백청강은 고향인 옌볜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룹 H.O.T의 음악을 듣고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음악에 눈을 뜨게 해준 건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들은 밴드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였다. 그 노래를 만든 김태원을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로 만난 건 행운이었다.

“태원 선생님은 저에게 날개를 달아준 분이에요. 처음엔 록하는 사람이라 무섭고 기가 셀 거 같았는데, 기는 정말 세요(웃음). 만나고 친해지니 아버지 같은 느낌이에요.”

반면 김태원은 자신의 멘티였던 백청강을 ‘선인장’에 비유했다.

“날카로워 보이고 가시도 있지만 그건 한편으론 상처가 만들어준 열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상처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분명 다르죠. 특히 음악하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필요해요.”(김태원)

백청강은 3일, 몇 달 동안 살았던 ‘위대한 탄생’ 합숙소를 나왔다. 비자 갱신을 위해 잠시 옌볜으로 갔다가 돌아온 뒤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몸을 담을 음반기획사를 찾고 앨범 작업도 할 생각이다.

“혹시 일이 잘 안 되더라도 옌볜으로 돌아가 밤무대에 다시 서고 싶지는 않아요. 제 꿈은 마이클 잭슨처럼 노래와 춤을 잘 하는 가수에요.”(백청강)

드디어 프로 가수로 첫 발을 내딛는 백청강에게 김태원은 가장 먼저 “자만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자만해서 잘 되는 사람도 물론 많아요. 제 말은 음악에 대해서만은 자만하지 말라는 겁니다. 죽기 전에 단 하나라도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진짜 아름다운 뮤지션이죠.”(김태원)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정연 기자 (트위터 @mangoostar)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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