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포맨 “나가수 무서워, 김연우 선배도 구토하면서 출연”

입력 2011-06-22 1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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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연인을 그리는 마음을 절절하게 담아낸 포맨의 ‘못해’는 지난해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금영 기준)로 뽑혔다. 사진제공=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와이후엔터프라이즈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화제가 되는 그룹이 있다. 1998년 데뷔 이후 거의 TV 출연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목소리'로만 알려진 남성 그룹이다. 가수 얼굴은 몰라도 노래를 들으면 '아, 이 노래 알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바로 감성보컬 그룹 포맨(영재, 신용재, 김원주)이다. 이름은 '포맨'이지만 3인조다. 나머지 한 명은 팬이란다. 팬과 가수가 어우러져 포맨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올해 초 신드롬을 일으킨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윤상현이 부른 'Here I am'도 포맨의 노래다. 음악으로만 승부를 걸고 싶었던 포맨은 '얼굴 없는 가수'를 자처했다.

급기야 팬들은 포맨의 얼굴 한번 실컷 보는 게 소원이라며 MBC '나는 가수다' (이하 나가수)출연을 종용하는 인터넷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신비주의' 콘셉트의 남자들은 '나가수'라는 말만 들어도 긴장돼 벌벌 떨었다고.

이들의 '남자다운' 얼굴 뒤에는 '소심' 한 본 모습이 감춰져 있었나 보다. 그래도 "음악 하는 사람이 대중을 찾아가야지, 대중이 찾아서 너희 음악을 듣길 바라는 거냐!"라는 지인의 충고에 '뜨끔'해 최근 4집을 발표하고 음악 방송에도 얼굴을 조금씩 비추고 있다.

6월 7일 발표한 4집 정규앨범 '더 아티스트(THE ARTIST)'는 전곡이 음원 차트에서 고루 사랑받고 있다. 앨범 역시 3만 장이 넘게 팔렸다. 타이틀 곡 '살다가 한 번쯤'은 발표되자마자 '나가수 음원'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포맨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세 남자로 돌아온 3기 포맨. 사진제공=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와이후엔터프라이즈


인기가 아직 실감 안 난다는 세 남자를 만나, '나가수' 출연을 거절한 속사정부터 들어봤다.


▶ 가수 서바이벌, 살벌하고 무서워서 도저히….

"앨범도 막 나왔고 7월에 콘서트도 있어서 '나가수'에 출연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가수' 출연하는 거 무서워요. TV에서 보면 선배님들께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잖아요. 속으로 '어우~ 저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김연우 선배님도 '나가수' 하시면서 구토까지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나가수'는 너무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기회가 다시 주어져서 하게 된다면 열심히 해야겠죠."(영재)

-팬들에게 얼굴을 알아줬으면 하면서도 TV출연을 안하는 이유는 뭔가요?

"지금은 아직 '음악'을 더 많이 하고 싶기도 하고 언젠가 저희가 뼛속까지 음악인이 됐을 때 예능 출연도 하고 싶어요. 지금 김태원 선배님처럼 '완전 음악인'이 되었을 때, 예전의 음악활동 시절을 재미로 승화시켜서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저희가 예능출연을 한다는 건 아직 섣부른 것 같습니다." (영재)


▶ 이번 앨범을 통해 '아티스트 포맨'으로 변해가고 싶어


포맨의 이번 정규 4집 'Artist'는 포맨이라는 이름으로는 6년, 포맨 3기인 이들에겐 첫 정규앨범으로 그 의미가 깊다. 포맨의 프로듀서인 '바이브' 윤민수와 멤버들이 자작곡에 참여해 13곡 모두 타이틀곡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앨범제목은 '아티스트(Artist)'예요. 한마디로 포맨이 뮤지션에서 아티스트로 변해간다는 의미예요. 2008년 10월에 저희 셋이 첫 앨범을 냈을 때는 이미 정규 4집을 내기 위해 뭉친거거든요. 3년 동안 이 앨범을 준비했다고 할 만큼 열심히 만들었어요."(영재)

- 이번 앨범에는 자작곡도 있고 직접 프로듀싱도 했다는데?

"너무 어려웠어요. 특히 프로듀싱하면서 제작자인 윤민수 형이 정말 대단한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예전에 앨범 만들 때 민수 형한테 '이렇게 해 주세요~ 형'이라며 투정 많이 부렸거든요. 그리고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곡을 쓰기도 쉽진 않았어요. 하나의 창작이잖아요. 작곡부터 작사, 편집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죠."(용재)

- 앨범이 '자식' 같은 기분이 드나요?

"아직 아이가 없어서, 아이 낳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하하하. 저희는 이번 앨범 굉장히 힘들게 냈어요. 가요계가 어려운 것은 누구 탓을 할 수 없잖아요. 저희는 저희의 소신대로 열심히 하면 알아주시지 않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영재)

"타이틀곡을 정할 때도 되게 억울했어요. 앨범 13곡을 정말 열심히 부르기도 했고 이번에는 연주도 진짜 악기로 구성했거든요. 한 곡 한 곡이 정말 저희에겐 소중한데 하나만 딱 정해서 타이틀이라고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4곡을 선정했어요. 그 만큼 우리 앨범 한 곡 한 곡을 들어달라는 의미죠." (일동)

-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요?

"앨범 준비하면서는 없고, 아! 뮤직비디오 찍을 때, 대표님께서 응원 차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뮤직비디오 현장을 오시려고 했는데 내비게이션이 한 화장터로 인도해 준거예요. 대표님이 오시면서'야! 나 화장터 갔다 왔어~ 우리 대박날 것 같다!'라고 해주셨어요. 그리고 촬영 때 천장이 깨진 적도 있고 우리가 촬영하려고만 하면 비가 오고…. 다 잘 되려고 그런 듯해요."

6월 7일 발표한 4집 정규앨범 ‘THE ARTIST’는 전곡이 음원 차트에서 고루 사랑받고 있다. 사진제공=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와이후엔터프라이즈



▶ 이상형은 이민정! 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포맨은 1998년도에 'Four Men' 이라는 앨범으로 데뷔를 했다. 하지만 멤버들의 군 입대 문제로 포맨의 1기 멤버들이 활동을 중단했고, 당시 포맨의 멤버였던 윤민수도 '바이브'라는 그룹을 결성하고 포맨에서는 프로듀서 역할만 하게 됐다. 2006년에 포맨은 2기 멤버로 다시 꾸려져 나가게 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시 해체하게 되고 2009년 영재, 신용재, 김원주로 멤버를 꾸려 3기 멤버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3기 멤버는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는 생각보다 잘 안돼서 포맨 활동을 접었어요. 현재 윤민수 프로듀서가 '포맨'을 정말 잘 만들고 싶으셨는데, 그게 잘 안되니까 아예 포맨을 없애기로 하신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민수형(윤민수)이 용재의 데모를 듣고 포맨을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러다 우연히 저(영재)를 만나게 되고 저도 춤추는 친구의 소개로 원주를 만나 3명이 결성이 된 거예요. 1,2,3기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 버린 거고 포맨이라고 해서 4명이라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인원수는 상관이 없어요. '포맨'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죠."(영재)

-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

"용재 같은 경우는 첫인상이 완전 '반전'이었어요. 처음 만났던 장소가 녹음실이었는데 용재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목소리가 놀랄 만큼 좋았어요. 그래서 목소리가 멋진 만큼 외향적인 것도 멋질 줄 알았는데 녹음실에서 나오니까 트레이닝복에 야구 모자도 거꾸로 쓰고 완전 옆집 동생 같았어요. 원주는 처음 봤을 때 느낌이 딱! 왔어요.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첫 눈에 반한(?) 기분이었어요. 멤버 영입을 하려고 할 때 원주가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지금은 포맨의 '비주얼 담당'이죠."(영재)

"영재 형을 처음 봤을 때 되게 무서웠어요. 인상이 날렵하고 눈매도 날카롭잖아요. 그런데 허스키한 목소리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저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잘 할 수 없으니까요. 원주형은 영재 형이 말한 대로 뭔가 느낌이 있는 동생이었어요."(용재)

"저는 두 분 다 봤을 때 좋았어요. 포맨을 워낙 좋아했었거든요. 훌륭한 제작자인 윤민수 형과 포맨 멤버들이랑 음악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사실 제가 누구를 무서워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하하"(원주)

-이상형은 누구인가요?

"저는 따로 이상형은 없어요. 첫 눈에 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보자마자 '사귀자!' 하는 성격이에요. 첫 눈에 제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매력을 가진 분이 좋아요." (영재)

"작고 귀엽고 친구같이 편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용재)

"제가 감정이 기복이 심해서요. 성격이 좀 일관적이었으면 좋겠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이상형은 이민정 누나! 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해요. 하하하 문자 주고받는 누나-동생사이가 되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원주)


▶ 포맨, 유럽에 진출? 영국신문에 '살짝' 소개되기도

-7월에 콘서트를 한다고 들었어요.

"7월 2,3일에 연세대 대강당에서 해요. 이번 콘서트는 4집 발매기념 콘서트라 저희 노래 위주로 공연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멤버들 솔로 무대도 있고 누군가는 아마 춤을 추지 않을까요? 적당한 선에서 다 보여드리려 합니다. 팬 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원주)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는지?
"보이즈 투 맨과 합동콘서트를 한 적이 있어요. 같이 아카펠라를 했었는데 그렇게 수십 번씩 연습했던 곡을 막 틀렸어요. 보이즈 투 맨하고 한다는 생각에 진짜 떨렸거든요. 그 분들은 같은 가수가 아니에요.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분들 같았어요. 재미있는 건 그 분들이 한국콘서트 이후에 영국 콘서트를 할 때 저희를 언급했었데요. 그래서 저희 이름이 영국 신문에 나왔다고 하더라고요."(일동)

-인상적인 팬, 만나 본 적 있나요?

"콘서트, 행사 등을 다니면 와주신 분들이 감사해서 손을 가끔 잡아드리거든요. 팬 분들이 손을 잡고 당기시긴 하는데 저희가 남자니까 웬만하면 잘 안 넘어가거든요. 그런데 어느 공연에서는 덩치가 좀 있으신 팬 분과 손을 잡은 날이 있었어요. 그 분은 손을 잡고 놔주시긴 했는데 다른 분들이 제 손을 잡으려고 하면 막 못 잡게 다른 분들의 손을 막 때리는 거예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랬어요."(원주)

포맨은 '음악'이라는 존재 하나로 지금까지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겉으로 보기엔 상황이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제야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음악'때문에 모일 거라고 한다.

10년 후 멤버들은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영재는 "좋은 아버지와 좋은 남편"이라고 말했다. 신용재는 "멋진 음악 프로듀서"를 말했고, 김원주는 "계속 포맨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10년, 20년 후 포맨은 '세시봉'처럼 될 수 있을까요? 함께 모여 수다 떨며 음악을 할 수 있는 편안한 그룹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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