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김윤아’ 깼다

입력 2011-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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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로 인해 공연 레퍼토리가 풍부해졌다는 자우림은 12월 투어에서 보여줄 노래들을 선정하는데 상당히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사진제공|사운드홀릭

■ 자우림, ‘나가수’ 출연 비포 앤 애프터

Before
예전엔 남자 멤버 3명 얼굴 잘 몰랐는데…
감없어 예능 나가면 민폐라고 생각했는데…

After
이젠 어딜 가든지 환대…사인 요청까지
예능 늦둥이, 게임 즐기듯 잘 적응하고 있어요


록밴드 자우림(김윤아 이선규 김진만 구태훈)은 보컬 김윤아의 역할이 매우 크다.

음반 수록곡 대부분을 만드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김윤아는 팀을 ‘움직이게’ 하는 살림꾼이다.

자우림이 1997년 데뷔해 8월 발표한 8집 ‘음모론’까지 거의 2년마다 한번씩 꾸준히 정규 앨범을 내고, 그걸 바탕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김윤아 덕분이다. 그는 자우림의 음반계획을 세우고 녹음일정을 잡는 등 실질적인 매니저 역할을 해 왔다. 이선규도 “만약 (김)윤아가 없고, 우리 셋끼리 음반을 만들었으면 지금쯤 2집 정도 나왔겠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얼마전 이런 김윤아가 쓰러졌다. 1월부터 5월 말까지 신종플루에, 바이러스성 안면신경마비와 비염, 목디스크까지 하나만 걸려도 힘든 고통이 동시에 겹쳤다. 김윤아는 “정말, 진심으로 은퇴를 생각했을 정도”라고 당시의 심각했던 상황을 고백했다.

“안면신경마비 때는 청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작은 소리도 엄청 크게 들리는 고통을 겪었다. 결국 귀를 막고 이야기해야 했다. 이런 상태로는 음악생활도 못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됐고, 음악을 포기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심지어 병상에서 8집을 받았을 땐 이게 마지막 앨범이 아닐까 생각했다.”(김윤아)

자우림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출연하게 된 것은 이렇게 힘들었던 김윤아가 여러 병에서 기적적으로 치유된 것에 대한 일종의 감사였다.

“‘이렇게 빨리 회복된 건 축복’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모든 무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멤버 사이에 찬반이 나뉘었지만 결국 출연하게 됐다.”(김윤아)

○“낯설었던 ‘나가수’, 이제는 한 배를 탄 공동체라는 생각”

다른 출연자들처럼 자우림도 지금 ‘나가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CF와 행사섭외가 급증했고, 김윤아를 자우림의 전체로 착각하는 오해도 줄었다.

“남자 멤버들의 얼굴이 알려진 게 가장 감격스럽다”는 김윤아의 말처럼 구태훈과 이선규는 최근 한 패션쇼에 “환대까지 받으면서” 다녀왔다.

“그전까지 우리 노래 중에 ‘매직 카펫 라이드’ ‘하하하송’만 알던 사람들도, 마니아만 알 수 있는 자우림 음악을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 초등학생도 우릴 알아보고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한다.”(김진만, 구태훈)

사실 ‘나가수’의 시작은 위기였다. 참가하기 전까지 자신이 있었지만 출연 초반 2주 연속 꼴찌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을 때 팀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멤버들은 진지하게 ‘나가수’ 자진하차를 놓고 투표까지 했다. 그러다 결론은 ‘하고 싶은 대로 시도하고, 후회 없이 탈락하자’로 정했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부른 ‘재즈카페’가 1위를 했다. 이후 순항했고 지금은 7회 연속 생존자에게 주어지는 명예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처음엔 ‘나가수’와 우리가 공동체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한 배를 탄 공동체라 생각하고, 그간 민폐라 생각하고 나가지 않았던 예능 프로그램을 이해하게 됐고, 이젠 ‘게임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적응도 잘 하고 있다.”(김윤아)

자우림은 12월부터 한 달간 대구 대전 서울 등 3개 도시에서 ‘자우림 네버 다이’란 이름으로 투어를 한다. ‘결코 죽지 않는다’는 뜻의 ‘네버 다이’는 ‘나가수’ 탈락위기 때 지었다. “투어 이름대로 ‘네버 다이’하고 있다. 하하. 이번 공연에선 흥분을 느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자우림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암울한 음악으로 공연을 해보고 싶다.”(김윤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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