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연기 외엔 모든 자존심을 버린 까닭은…“스타? 난 그냥 배우!”

입력 2012-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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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배우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자존심은 “감독의 요구에 미치지 못할 때 상하는 것일 뿐”이라며 일부 배우들의 잘못된 의식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최민식은 배우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자존심은 “감독의 요구에 미치지 못할 때 상하는 것일 뿐”이라며 일부 배우들의 잘못된 의식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자신에게 엄격한 진짜 배우 최민식, 그의 삶과 영화

“배우의 자존심은
촬영 순서나 호텔 등급이 아니다
오직 연기에 있는 것이다
배우가 권력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배우 최민식은 열정과 꿈의 크기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제는 좀 아련해졌을 법도 하지만 1980년대를 지나온 그때의 많은 청춘들에게 시대는 열정과 꿈에 대한, 고통스럽지만 가슴을 끓게 하는 추억과 다시 생겨나는 새로운 열정과 꿈을 갖게 하나 보다.

최민식은 스크린을 통해 그 1980년대로 돌아갔다. 2월2일 개봉하는 주연작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제작 팔레트픽처스)는 비리 세관공무원이 조폭과 손잡고 인맥과 음모를 통해 시대를 장악해가는 이야기. 영화의 시대가 바로 1980년대이고 최민식은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생존은 비열하지만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최민식은 이 영화가 “생존과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아버지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건달이 등장하면서 권력과 이권, 배신과 음모 등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사실 이는 어떤 세상에서든 존재하는 게 아니냐. 결국 이를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생존의 시대, 1980년대. 최민식의 기억 속에는 온통 “가스뿐”이었다.

거리엔 최루탄 가스가 난무하고, 방황하던 청춘들은 애꿎은 담배 연기로 시대를 보냈다. “화생방 조교로 군대를 마쳤다”는 최민식의 회고는 그래서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뿌옇던 시대였다. 내 일상도, 미래도 모두. 그래도 미래가 두렵지는 않았다. 연극에만 미쳐 있었던 때,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뿌연 안개 속에서 연극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연기자로서 살아온 날들. 하지만 열정의 크기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좋은 배우”에 대한 꿈 역시 버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열정과 꿈만큼 현실적 부담이 커졌다. 배우로서 생존에 대한 생각, 영화계 시스템 등 현실…,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됐다.”

주연을 맡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주연을 맡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 “외형적 대접이 배우의 자존심은 아냐…여긴 할리우드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의 “청춘을 바쳐 연기해온 것”에 대한 남들의 평가는 두 번째다.

“나태해지고 오만방자해진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내 청춘의 꿈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생각해본다. 나름 돈도 벌고 명성도 얻고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 마당에 남들이 들으면 ‘뭔 똥싸는 소리냐’고 할지언정 스스로 이제 정말 원하던 것이었는지 묻는다.”

그에게 연기의 삶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존재한다. 영화라는 혹은 무대라는 가공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씁쓸하고 영글어지며 분노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 그것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니, 그에게 연기의 삶은 또 다시 자신만을 위한 것이 된다. “내가 먹어 맛이 있을 때 남들에게도 요리를 대접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최민식은 유명 배우가 아니라 오로지 배우로 살아가기 위해 엄격한 규율과 험난한 훈련 과정을 거치며 물리적 폭력도 겪어봤다. ‘줄빠따’로 일컬어지는 폭력의 규율은 후배들을 바라보는 여전한 엄격함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스타급 연기자니까 촬영을 먼저 끝내줘야 하고 숙소는 어디인지 같은 외형적 대접의 문제가 배우의 자존심을 말해주는 게 아니다. 여기가 무슨 할리우드냐? 그런 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다.”

최민식에게 배우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자존심은 “감독의 요구에 미치지 못할 때 상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배우가 권력이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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