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노출 고민에 지태오빠가 갑자기…‘너는 배우다’”

입력 2012-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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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김효진. 17일 개봉하는 영화 ‘돈의 맛’에서 재벌가 외동딸 윤나미 역을 맡고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나선다. 김종원 기자|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돈의 맛’ 김효진 매력 속으로

‘이런 것까지 해야되나’ 노골적 캐릭터에 주저
든든한 지원군 남편 유지태의 한마디 큰 힘
요즘은 칸 레드카펫 드레스 고르는데 시간 쏟아

윤여정·백윤식 등 기 센 선배님들과 연기요?
저도 그만큼 세니깐 버텼겠죠


배우 윤여정은 후배 연기자 김효진(28)이 연기한 영화 ‘돈의 맛’의 역할을 두고 “앞으로 10년 동안 나오기 어려운 여배우 캐릭터”라고 했다. 이유는 여럿이다. 김효진이 연기한 나미처럼 쿨한 여자, 욕망을 감추지 않고 모두 드러낸 솔직한 여자를 영화에서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가의 대상인 김효진의 생각은 어떨까. “자신의 욕망을 이렇게 다 표현하는 여자는 그동안 없던 것 같다”고 했다. 17일 개봉하는 ‘돈의 맛’(감독 임상수·제작 휠므빠말)에서 재벌가의 외동딸, 정략결혼에 실패한 여주인공 나미를 연기한 김효진은 “촬영할 때도, 개봉을 앞둔 지금도 가슴이 막 두근두근하다”고 말했다.

“결혼 준비를 하던 때랑 겹쳐서 망설였죠. 그러다 꽂혔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꽂힌 거죠. 하하!”

김효진은 시나리오 마지막 장을 덮고 임상수 감독에게 “일단 만나자”고 했다. 첫 만남 2차 자리에서 와인을 마시며 임상수 감독은 “함께 하자”고 제의했고, 김효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는 김효진의 남편이자 배우인 유지태. 돈을 둘러싼 욕망의 이야기, 그 속에서 여주인공의 수위 높은 베드신이 포함된 ‘돈의 맛’은 어쩌면 유지태의 후방지원으로 완성된 영화이기도 하다.

“오빠는 늘, 같아요. 언제나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 제가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지 오빠는 알아요.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제 마음도 알죠. ‘넌 배우가 되고 싶잖아. 뭘 망설여?’라는 오빠의 말에 힘을 얻었어요. 오빠는 저보다 더 쿨하거든요.”

김효진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2003년 ‘천년호’로 스크린에 데뷔해 ‘누구나 비밀은 있다’ ‘맨발의 기봉이’ 같은 상업영화와 ‘창피해’처럼 실험성 짙은 작품을 두루 거쳤는데도 “배우란 타이틀, 배우의 얼굴을 갖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천년호’를 찍고 나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영화 현장이 어떤지 알았죠. ‘돈의 맛’을 계기로…, 시나리오를 쭉 쌓아놓고 마음껏 읽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영화에선 김강우(위)를 만났지만 현실 속 김효진의 짝은 배우 유지태(아래)다. 스포츠동아DB



● “제 기운도 있으니까, 버텼겠죠?”

‘돈의 맛’은 재벌가 상속녀로 또 다른 재벌을 이룬 백금옥(윤여정)과 평범한 집안 출신 남편 윤회장(백윤식)의 탐욕을 젊은 비서인 주영작(김강우)의 시선으로 그렸다. “나미는 중심을 잃지 않는 여자이고 오직 나미만 죄책감을 갖고 살아요. 나미와 저의 공통점이요? 돈은 나의 자신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할 말은 한다, 상대가 아무리 부모님이어도.”

윤여정, 백윤식에 임상수 감독까지 ‘기 센’ 영화인들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촬영장에서 어떻게 버텼을까 싶지만 거기에 제 기도 있으니까 촬영을 마쳤겠죠?”라고 묻는 김효진은 “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김효진 안에 이미 나미가 있다’고 용기를 준 임상수 감독의 말을 믿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김효진은 비서인 주영작을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시종일관 목적이 뚜렷하다. “표현이 솔직하니까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은 대사와 상황이 많아요. 여자 캐릭터가 욕망을 먼저 표현해요. 그냥 얘기해도 될 걸 굳이 주영작의 귀에 대고 ‘고마웠어요∼’ 하고 속삭이죠. 심지어 그러다가 영작에게 거부도 당해요. 그래도 쿨하게 답하죠. ‘네. 나중에 해요’ 하하!”

영화를 찍으며 어쩔 수 없이 돈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김효진은 “부자는 싫다”고 했다. “착하면 좋지만 악해지니까”라는 이유에서다. “돈은 욕망이잖아요. 돈에 양면이 있는 것처럼. ‘돈의 맛’은 돈이 권력이라고 말하는 영화에요. 최악이죠.”

김효진은 요즘 드레스 고르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돈의 맛’이 16일 개막하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서다. 드레스를 입어보고, 고르는 작업은 여배우만이 겪는 특권이지만 한편으로는 곤혹스럽기도 하다.

“노심초사하고 있어요. 레드카펫을 두 세 번 밟아야 하는데 실감이 나지 않아요. 주위에서 하도 드레스를 기대한다 말을 하니까 정말 부담스러워요. 칸에 가면서 감독님의 영화와 선생님들의 성과가 인정받는 것 같아 영광이죠. 아직 믿기지 않아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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