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로 본 새 영화] ‘점쟁이들’ 흥행, ‘광해’ 양보에 달렸다

입력 2012-10-04 10: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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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기 탱천한 바다마을 울진리에 점쟁이들이 모여든다. 마을을 점령한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찾으려고 전국에서 모인 점쟁이들은 저마다의 ‘장기’로 저주를 풀어보려 한다.

결과는 속수무책. 원귀는 마을을 휘감고 점차 강력한 마성을 드러낸다.

실력보다 ‘입’이 먼저 열리는 엉터리 점쟁이들이 벌이는 황당한 사건.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 보물선의 침몰, 재물 욕심이 낳은 저주.

10월3일 개봉하는 코미디 ‘점쟁이들’(감독 신정원)이다.


●STRENGTH(강점)…캐릭터는 봐줄 만


‘점쟁이들’은 캐릭터로 시작해 캐릭터로 끝나는 영화다. 이야기의 개연성, 인물 간 감정, 미스터리한 사건의 시작과 끝을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캐릭터에 의한 캐릭터 영화다.

연예인 사주를 봐주며 유명세를 누린 박선생(김수로), 시도 때도 없이 와인만 들이키는 공학박사 석현(이제훈),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기자 찬영(강예원), 탑골공원에서 점괘 보며 살아가는 ‘사이비 스님’ 심인(곽도원)까지. 뜯어보면 살가운 캐릭터들.

특히 김수로와 강예원은 코미디에 관한 한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으로 대부분의 웃음을 책임진다.

‘신사의 품격’으로 잠시 멜로의 향기를 풍겼던 ‘임태산’ 김수로가 보여주는 웰메이드 코미디 연기는 압권이다.

강예원은 ‘해운대’ ‘퀵’에 이어 이번에도 능청을 곁들인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에 윤활유를 더했다. 어쩌면 강예원표 ‘능청 코미디 3부작’의 완결.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긴장이 풀어져 버리는데도 끝까지 웃음만은 놓치지 않는 건 강예원의 공이다.


●WEAKNESS(약점)…‘B급 정서’ 통할까

살인, 악령, 추격전이 영화를 채우고 있지만 죽음의 문턱에서도 엉뚱한 행동으로 망가지기를 서슴지 않는 점쟁이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한마디로 ‘유치한 설정’의 향연. 점잔 빼지 않고 ‘대놓고’ B급 정서를 곳곳에 심어 놓은, 용기 있는 영화다.

하지만 B급 정서의 영화가 그렇듯, 관객의 반응은 ‘모’ 아니면 ‘도’. 통하면 크게 통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클래식한’ 액션 장면도 ‘볼거리’. 배우들이 몸소 뛰고, 구르고, 날아가는 장면을 뺀다면 ‘점쟁이들’에서 특별히 기대할 만한 장면은 드물다. 수 십 년 동안 마을을 점령한 거대한 악령은 오직 손바닥으로 쏘는 ‘장풍’으로 상대를 무찌른다. 웃기지만 허탈하다.

●OPPORTUNITY(기회)…이른바 ‘신정원 마니아’


신정원 감독이 앞서 연출한 영화 ‘시실리 2km’, ‘차우’는 각각 198만, 179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만의 독특한 정서가 관객들과 꾸준히 소통했다는 증거.

‘점쟁이들’ 역시 앞선 두 편과 같은 길을 택한다. 외딴 마을, 보이지 않는 힘에 억눌린 마을 사람들, 그 마을로 들어온 외지인, 그들이 뒹굴며 벌이는, ‘당사자는 심각하지만 보는 사람은 웃긴’ 상황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어쨌든 ‘팝콘무비’다. 머리 쓰지 않고 보기 편하다.


●THREAT(위협)…‘광해’의 양보 미덕

대진운이 좋지 않은 상황. 추석 연휴 동안 스크린 1000개를 싹쓸이하고 흥행 돌풍을 일으킨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얼마만큼 ‘양보의 미덕’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700만 관객을 넘은 ‘광해’의 여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점쟁이들’은 극장 체인을 갖고 있지 않은 배급사(NEW)의 영화. 현실적인 시장 논리로 보면 거대 투자배급사가 계열인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의 확보가 쉽지 않다.

게다가 ‘점쟁이들’이 공개되고 한 주 뒤인 10월11일에는 장동건의 ‘위험한 관계’와 소지섭의 ‘회사원’이 새로 극장에 걸린다.

일단 ‘위험한 관계’는 시사회 직후 긍정적인 반응으로 입소문을 탄 상태. 특히 ‘위험한 관계’가 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가운데 한 편이란 점은 ‘점쟁이들’ 입장에서는 악재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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