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소년’에서 늑대소년 철수를 따뜻하게 보살펴주고 세상을 알게 해준 순이 역을 맡은 배우 박보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오히려 제가 복이 많은 거죠. 하하!”
배우 박보영(23)이 까르르 웃는다. 작품에 함께 출연한 남자배우들이 다 잘되는 것 같다는 말에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아니예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에서 함께 한 차태현은 다시 한 번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했고, ‘미확인 동영상’을 함께 찍은 주원도 이후 스타덤에 올랐다. 이번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송중기는 시쳇말로 ‘대세 배우’가 됐다. 이 정도면 ‘내조의 여왕’이라고 불려도 되지 않을까?
영화 ‘늑대소년’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채 외롭게 살아 온 늑대소년 송중기를 따뜻하게 세상과 만나게 해 준 순이 역을 맡은 박보영을 서교동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계속된 인터뷰로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던 박보영은 5분 만에 점심을 후다닥 먹은 뒤 “너무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특유의 귀엽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를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박보영이 ‘국민여동생’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국민여동생’ 이미지, 스스로 벗고 싶진 않아요”
‘늑대소년’을 통해 박보영은 성숙한 매력을 발산했다. 마냥 소녀로 보녔던 그녀에게서 ‘여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제가 진한 멜로를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늑대소년’은 순수한 정서적 교감이 있는 멜로잖아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언제 늑대에게 이런 사랑을 또 받아보겠어요. (웃음)”
하지만 박보영은 “‘여동생’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성인연기가 빨리 찾아왔다. 계속 하다보면 ‘여동생’ 이미지가 자연스레 없어지겠지만, 스스로 그걸 없애고 싶진 않다”고 털어놨다.
아역 시절부터 많은 작품에 출연한 박보영은 이번 작품에서 “힘을 빼면서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뭔가 새로운 난관에 부딪힌 기분이었다고 한다.
“감독님께서 힘을 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툭툭 뱉는 연기를 원하셨어요. 그런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감정연기가 가장 어려운 줄 알았는데 힘을 빼며 연기를 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박보영은 ‘늑대소년’에서 기타 연주와 노래를 선보인다. ‘과속스캔들’에 이어 다시 기타 연주와 노래를 선보인 것. “못 하는 기타를 또 한다”는 말을 들을까 걱정도 많았다고.
“당연히 걱정을 많이 했죠. 게다가 기타를 잘 못쳐요. ‘과속스캔들’ 땐 속성으로 배웠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오히려 서투른 연주가 더 좋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열심히 연습했어요. 이젠 기타를 제대로 배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언제 또 사용할지 모를 것 같아서요.”
박보영이 이번 영화에서 연기와 기타 연주 말고도 싸움을 한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추위.
한겨울에 야외에서의 새벽 촬영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박보영은 “새벽 4시가 가장 춥다. 그래서 시계를 보지 않아도 새벽 4시가 됐다는 걸 몸으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는 코트를 입고 촬영을 하니까 핫팩도 붙이고 내복도 껴입었지만 중기오빠는 티셔츠 하나에 바지 하나잖아요. 게다가 꽉 붙는 옷이어서 안에 뭘 껴입지도 못해됴. 괜히 오빠에게 미안했어요.”
배우 박보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장난기 많은 송중기, 따뜻한 장영남 그리고 진짜 착한 유연석”
박보영과 송중기는 때 아닌 열애설이 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장난기 넘치는 송중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난으로 “박보영과 열애설이 나고 싶다” “우리 이제 손잡고 다닐래?”라는 말을 방송에 남겨 둘이 실제 열애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처음엔 제가 오빠의 장난을 주고받지 못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오빠를 당황시켰어요. (웃음) 차츰 차츰 저도 오빠한테 농담도 하고 서로 장난도 치기 시작했어요.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늑대소년’은 박보영과 송중기의 로맨스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귀엽고 순진한 엄마 역인 장영남과 박보영을 좋아하는 유연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각종 드라마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미친 존재감’ 장영남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영화에 코믹함을 더해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박보영도 장영남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였다.
“동료연기자들한테 장영남 선배님 자랑을 엄청 했어요. 정말 지금까지 만난 선배님 중 최고인 것 같아요. 연기하다가 막히면 조언을 구했고 엄마처럼 의지했어요.”
이어 유연에 대해 물었더니 초롱초롱하던 눈이 안타까운 눈으로 변했다. ‘건축학개론’에 이어 ‘늑대소년’에서도 캐릭터 탓에 관객들에게 미움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니까요. (유)연석 오빠 진~~짜 착해요. 그래서 못 된 지태를 연기하려면 안면 근육을 꿈틀되면서 변신해야 할 만큼 착해요. 추울 때 담요도 선물로 주고 오빠가 사진 찍는 거 관심이 많아서 우리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신기한 사진기도 있고 보조장치인 노출계도 들고 다녀요.”
박보영은 “영화가 워낙 착해 지태의 못된 점이 더 부각됐다”며 “순이를 향한 지태의 사랑은 아쉽게 편집됐다. 연석오빠가 속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연애할 땐 ‘밀고 당기기’ 못해…너무 어려워요!”
영화 속, 순이가 철수를 따뜻하게 돌봐주는 모습은 애완견을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남자친구를 길들이는 법’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박보영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이런 방법도 있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며 “하지만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는 게 많더라고요. 순이가 씻고 나올 때 철수가 기다리는 걸 알면서 모르는 척하잖아요. 가끔 새침떨기도 하고… 순이는 밀고 당기기를 잘하는 것 같아요. (웃음)”
그러나 박보영은 ‘밀당’에는 소질이 없다고 한다. 부끄러운지 혀를 쏙 내밀었다.
“연애할 때 밀당을 못해요. 철수는 순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복종하는 심리도 있잖아요. 그런 남자가 있을까요?(웃음) 게다가 연애를 많이 해 본 건 아니지만 다 주는 스타일이어서 연애는 어려운 것 같아요.그래도 ‘늑대소년’을 통해 연애 스킬을 조금은 배운 것 같아요.”
박보영에게 연애 만큼 고민인 건 ‘심심하고 따분한 삶’이다. 박보영은 “쉬는 날 보통 집에서 쉬거나 연기를 위해 책을 본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데 그럴 기회도 많지 않고 술도 잘 못 마셔서 어울리기가 힘들다”고 했다.
박보영은 ‘늑대소년’의 홍보일정을 끝낸 뒤 차기작을 검토할 계획이다. 코미디, 사극, 공포, 멜로까지 꽤 다양한 장르들을 해봤으니 다음 작품은 평범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박보영은 “다작배우가 되고 싶다”며 “장르보단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우선 ‘늑대소년’ 홍보가 우선이겠죠.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우리 함께 철수를 키워봐요. (웃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