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미쳤다! 지쳤다! 떠난다!”

입력 2012-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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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와 겪은 불화설,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 편치 않은 과정을 겪으며 “인격의 한계와 바닥을 보았다”는 김장훈. 스스로를 “포맷하겠다”며 한국을 떠나가는 그의 유일한 힘은 팬이다. 그는 3년 뒤 돌아와 “감사하다”고 말할 작정이다. 사진제공|공연세상

싸이와 겪은 불화설,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 편치 않은 과정을 겪으며 “인격의 한계와 바닥을 보았다”는 김장훈. 스스로를 “포맷하겠다”며 한국을 떠나가는 그의 유일한 힘은 팬이다. 그는 3년 뒤 돌아와 “감사하다”고 말할 작정이다. 사진제공|공연세상

■ 내달 ‘원맨쇼-다 드리고 아듀’ 공연 끝으로 3년간 중국행, 김장훈

미쳤다! 아픔겪은 후 노래 감정처리 잘 돼
지쳤다! 웃어야만 하는 내 이미지에 갇혀
떠난다! ‘인간 김장훈’ 포맷…살려고 간다

“힘내세요” 그리고 “가지 마세요”.

가수 김장훈이 요즘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두 가지 말이다.

최근 싸이와 함께 불화설의 풍파를 겪고 “내 인격의 한계와 바닥을 보았다”며 한국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김장훈은 지인들뿐 아니라 거리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로부터도 “힘내라”거나 “가지 말라”는 격려를 인사처럼 듣고 있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장훈은 “그런 말을 들으면 울컥하고 미안하고 부끄럽다”면서도 “나를 서글프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난 잘 살려고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훈은 12월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잠실동 잠실체육관에서 ‘김장훈 원맨쇼-다 드리고 아듀’를 벌인 뒤 3개월 간의 출국 준비를 거쳐 내년 4월7일 중국 상하이로 출국한다. 이후 3년 동안 해외에 머물며 미국과 중국 투어를 벌일 예정이다.

“나를 다시 포맷하고 싶었다. 가면을 벗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이 지치기도 했다. 슬프고 우울하고 아픈 날이 많았지만, (기부천사, 독도가수 등의 이미지에 갇혀)항상 웃어야 했고, 강하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줘야 했다. 3년 후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하지만, 지금이 가야 할 때다. 새로운 꿈을 위한 도전에 나서는 것이니, 돌아와서 음악을 못하는 삶이 되더라도 지금 떠나는 게 답이다.”



싸이와의 불화설이 불거졌던 9월∼10월은 오래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극심했던 시기였다.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문제의 자살 암시글도 술 취한 상태에서 공황장애약과 수면유도제를 과다 복용해 비롯된 ‘위험한’ 해프닝이었다. 김장훈은 “한국을 떠나는 이유 중엔 약을 끊으려는 것도 있다”고 털어놨다.

“공황장애로 잠을 못 이루니까 수면유도제를 먹게 된다. 다음날 스케줄이 없다면, 안 자도 되니까 약을 안 먹었는데,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잠을 자야 하고, 잠이 안 오니 약을 먹게 된다. 3년 동안 외국에 나가 공연만 하면서 나를 되돌려 놓고 싶다.”

김장훈은 마지막 국내 공연에 대한 생각도 많다. 자신의 연출력을 집대성한 화려한 쇼로 만들까, 데뷔 초 통기타에 의지하던 소박한 공연으로 되돌아갈까, 고민이 깊다. 다만 “요즘 디제잉을 배우고 있다”는 김장훈은 “관객과 신나게 놀겠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하다.

김장훈은 연말 공연에 앞서 12월 중순 10집을 발표한다. “올해는 여러 면에서 미쳤다”는 김장훈은 “노래도 미치게 불렀다. 아픔을 겪은 후 녹음을 한 탓인지 감정처리가 잘 됐다. 오랜만에 나답게 불렀다”며 이번 앨범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자랑했다.

“어쩌면 앨범을 잘 만들기 위해 올해 유난히 아팠는지 모르겠다. 노래하고 싶은 나의 잠재의식이 나 자신을 아픔에 가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인터뷰를 하면서 찬바람 넘실대는 창밖을 보던 김장훈은 “얼마 전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데 옆 테이블의 한 남자가 ‘추운데 따뜻하게 지내시라’며 이걸 벗어주더라”며 목도리를 만지작거렸다. “나이가 드니 작은 것에도 마음이 짠해진다”는 김장훈은 이 목도리를 음악 방송에도 걸치고 나갔다. 또 매일 두르고 다닌다고 했다.

“술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가면, 참 재미있는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은 여행이지 목적지가 없다. 인생의 여행길엔 아픈 구간도 있고 편한 구간도 있다.”

김장훈은 3년 후 돌아오면 “한 1년간 소극장에서 공연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행복하세요?’ 물어보면 선뜻 대답은 못하더라도, ‘감사하다’는 말은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내가 이렇게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을 사람인가 생각하면 너무나도 감사하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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