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를 점령한 가수 이루. 주제가를 부르고 특별출연한 영화 ‘헬로 굿바이’ 개봉에 맞춰 현지를 찾은 이루는 발라드를 통해 아시아 팬들을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이루기획
빅히트 ‘까만 안경’ 현지 영화 주제가 채택
하루 10개 일정…게릴라 공연땐 2만 운집
“발라드로 인기 깜짝…한국 알리게돼 뿌듯”
“한국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신 한류스타’로 인정받은 가수 이루는 얼떨떨해 하면서도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전화로 만난 이루는 “내가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서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과분한 환호를 보내 주셔서 참으로 황송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현지 팬들의 환대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여전히 가슴에 담아 두고 있었다.
이루는 자신이 주제가를 부르고 특별출연한 인도네시아 영화 ‘헬로 굿바이’ 개봉에 맞춰 11월21일 현지로 출국, 홍보 활동을 벌인 뒤 1일 귀국했다. 현지 공항에서부터 1000여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은 이루는 하루 10개 안팎의 일정마다 수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이루의 원활한 일정 진행을 위해 현지 경찰이 투입돼 차량을 호위하는 등 국빈급 대접을 받았다.
“데뷔하고 그렇게 빡빡한 일정은 처음이었다”는 이루는 “한국에 돌아와 3일간 누워 있었다”면서 “매일 바쁘게 활동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웃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확인된 이루의 인기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아이돌 댄스음악’ 일색인 케이팝에 한국적 정서가 짙은 발라드 장르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 태국에 밀려 동남아 케이팝 시장에서 외면받던 인도네시아에 케이팝의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진한 감성의 발라드로 인기를 얻는다는 것에 저 자신도 놀랐다. 하지만 ‘음악은 세계인의 언어’라는 말처럼, 음악에 담긴 감성은 모두 똑같이 느끼는 것 아니겠나. 음악의 힘을 새삼 느꼈다.”
이루의 현지 인기는 ‘까만 안경’에서 시작됐다. 현지 한류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던 ‘까만 안경’이 크게 히트하면서 영화 주제곡으로 쓰이게 됐고, 감독의 요청으로 출연까지 하게 됐다. 지난달 27일 현지에서 발매된 ‘까만 안경’ 한국어 음반은 이틀 만에 초도 물량을 매진시키며 현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루의 유창한 영어 실력도 관계자들을 사로잡았다.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이루의 모습(맨 위 오른쪽). 행사장을 빼곡히 채운 팬들의 모습에서 이루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사진제공|이루기획
이루는 현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예정에 없던 게릴라 콘서트를 자청했다. 11월29일 자카르타 탕그랑 지역의 한 광장에서 벌인 게릴라 콘서트에 2만여 팬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음향 상태가 좋지 않았고, 주변 소음도 심해 목소리를 더 높여 불러야 했다. 단순히 콘서트만 놓고 보면 컨디션도, 퀄리티도 좋지 않았지만 정말 기쁘고 벅찬 마음으로 공연을 했다. 데뷔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공연이었고, 관객들의 호응도 최고였다. 하하!”
이루는 내년 초 인도네시아 전국투어를 벌인 후 인접국가인 베트남,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으로 투어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지만 국내에서 더 인정받고 더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깨닫기도 했다.
“뉴미디어의 발달로, 해외에서도 한국 활동 상황을 생방송보듯 지켜보더라. 해외시장에서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선 한국에서 더욱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작인 댄스곡 ‘미워요’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 이루는 앞으로도 다양한 매력을 가진 가수,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가수로 인정받는 게 목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