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 “야한 모델돌 편견, 대놓고 야하게 깼어요”

입력 2013-05-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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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모델돌’ 답다. 그룹 나인뮤지스의 멤버들이 공중에 띄운 해먹을 이용한 스카이요가에 도전했다. 경험이 없는 멤버가 대부분인데도 단숨에 주요 동작을 익혀 능숙하게 펼쳐보였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스카이요가센터에서 만난 나인뮤지스

‘와일드’서 가장 예쁜 신체 부위 공개
섹스 어필 편견에 ‘섹시 콘셉트’로 맞서

몸매 관리요? 먹어도 살 안찌는 체질
외모 부러움 받지만 실력 외면 그늘도

점점 넓어지는 팬층…‘귀엽다’ 평가도
데뷔 꿈 ‘20대 여성들의 워너비’ 보여요


‘전현직 모델이 구성원의 주축이 돼 이른바 ‘모델돌’로 불리며 늘씬한 몸매를 앞세워 ‘섹스어필’한다는 선입견을 줌. 그 까닭에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어도 달리 보인다는 평가.’

섹시한 죄?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한 죄’라면 모를까, 그룹 나인뮤지스는 억울하기만 하다. 2010년 8월 데뷔 때부터 여느 걸그룹과 비슷한 의상인데도 유독 ‘야하다’는 지적을 “심하게” 받아왔다. 방송사 ‘복장규제’에선 늘 ‘우선단속대상’ 1위였다. 그럴 때마다 나인뮤지스는 “겉모습만 보지 말고, 노래를 들어 달라”고 푸념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와일드’를 발표하면서 이들은 도발을 단행했다. 각 멤버들이 가장 자신 있는 신체부위 사진을 공개하며 대놓고 ‘섹시 콘셉트’를 내세웠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대중의 선입견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것이다.

‘미모의 여신들’을 최근 서울 동소문동의 한 스카이 요가 센터에서 만났다. 최근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고준희가 가상남편 정진운 앞에서 유연한 몸놀림을 자랑하던 곳이다.


● 평소 치열한 몸매 관리…요가 동작도 ‘거뜬’

‘아홉 여신’들은 ‘뱀파이어’ ‘다빈치’ ‘피터팬’ 등의 이름으로 해먹에 누웠거나 매달려 있었다. 모델 출신들답게 몸매가 완전히 드러나는 요가 복장이 매우 잘 어울렸다.

치열한 몸매 관리를 해왔을 이들은 대부분 초보자들. 하지만 모두 안정된 자세를 취했다. 특히 MBC ‘아이돌 육상대회’, KBS 2TV ‘출발 드림팀’ 등에서 발군의 운동실력을 발휘한 은지는 여러 동작을 가뿐히 따라했다.

줄(해먹)에 묶여 매달리느라 어깨에 멍이 든 세라는 “요가는 처음이다. 동작 자체는 따라하기 어렵지 않은데, 한 자세로 버티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또 아이언맨이 날아가는 자세와 비슷한 ‘다빈치’ ‘피터팬’도 어려운 동작. 유연성이 좋아야 하고, 근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소 핫요가를 해온 손성아는 그래도 “요가는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줘 신진대사에 좋고, 부종에도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도 용기를 내 ‘뱀파이어’ 동작에 도전했다. 줄에 묶여 거꾸로 매달리는 동작. “500kg 무게를 견딘다”는 요가강사의 안내에도 해먹을 고정시킨 천정의 지지대가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해먹 줄에 묶인 사타구니가 아팠지만, 고통을 호소하기도 민망해 참아야 했다.

“줄에 묶여 있느라 멍 들었지만 근력운동 확실하네요” 줄에 매달려 고난도 요가 동작을 선보이는 이유애린, 이샘, 경리.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외모에 실력이 가려진다면 불행한 일”

이들은 몸매 관리법에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배부르게 먹지 않기’ ‘스트레스 받으며 다이어트하지 않기’ 등이다. 특히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여성들의 부러움도 받지만 그늘도 크다. “실력 없이 외모로만 승부한다”는 오해와 편견이다. 실력이 외모에 가려지는 건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가진 매력을 장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문현아는 “은지의 춤 솜씨는 국내 걸그룹 중 최고일 것”이라며 “멤버 모두 실력파지만 외모에 가려져 과소평가를 받고 있다. 다들 실력을 가꾸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의 편견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나인뮤지스는 데뷔 1주년을 기점으로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처음 1년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1주년에 발표한 ‘피가로’부터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연습했다. ‘쟤들은 뭘 해도 잘 못 할 거야’란 시선이 “독하게 칼군무를 연습”하게 만든 ‘채찍’이었다.


● 오해와 편견을 딛고

올해 데뷔 4년차 나인뮤지스가 꾸준한 활동으로 팬층을 넓히면서 ‘섹시함’에 대한 대중의 시각도 조금씩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귀엽다’는 평가도 많다. 팬들은 대다수가 20대 초중반이지만, 초등학생과 중장년층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직장 여성들이 많아지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20∼30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고 싶다”는 데뷔 때 바람이 현실이 될 기대가 커진다.

이제 팬덤 강한 아이돌 가수에게 주눅 들지도 않는다. 한 방송사는 나인뮤지스를 향한 환호성이 너무 커 녹화분에서 이를 제거했을 정도다.

‘섹시한 죄’를 지닌 나인뮤지스는 도도하고 강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남자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최근 광희가 나인뮤지스 ‘와일드’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내 주위에서 전화번호를 가장 많이 알려달라는 멤버가 경리”라고 했지만, 경리는 “실제로 전화한 남자는 한 명도 없다”며 ‘아쉬운’ 미소를 보였다. 그래도 이들은 “아직 섣부른 만남은 원치 않는다. 앞으로 좋은 사람 만날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요가센터에서 나온 멤버들은 “스케줄이 있다”며 총총 걸음으로 승합차에 나눠 올랐다. 창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멤버들의 해맑은 미소는 8등신, 9등신 몸매보다 더 예뻤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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