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에 불과한 소년이 독창회를 열고 세계무대에 데뷔했다. 어린 소년은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곳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당시 최연소 단독공연 기록을 세운 팝페라 테너 임형주(27)의 10년 전 이야기다.
“아직도 함께 공연한 스태프들의 얼굴이 생생히 기억나요.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벌써 10년이 지났다니…. 사실 이런 시간이 올 줄 상상도 못했어요. 되돌아보면 기적이 일어난 셈이죠. 지금까지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감사해요.”
이후 임형주는 뉴욕 링컨센터, 프랑스 살가보, 일본 국제포럼 등 세계 유명 공연장을 누비며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높아진 명성만큼 치열한 삶이 뒤따랐다.
“제게 지난 10년은 전쟁터였어요. 바람 잘 날 없었죠. 그래도 잘 버틴 것 같아요. 하하! 음악가에게는 ‘재능’ ‘경제력’ ‘운’이 따라야 한다는데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세계무대 데뷔는 10년 전이지만 국내 활동은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는 “어릴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음정 가사 등 사소한 것에 예민했어요. 짜증도 많이 냈죠. 지금은 그냥 즐기려고 해요. 늘 완벽하고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악플’(악성 댓글)에 속상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무플’(답변이 없음)이 더 아쉬워요. 욕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하하.”
임형주는 26일 정규 5집 앨범 ‘파이널리(Finally)’를 발매했다. 2005년 정규 4집 ‘더 로터스(The Lotus)’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앨범이다. 임형주가 공동 작사가로 참여한 2곡이 함께 수록됐다.
“‘파이널리’는 8년의 공백을 깨고 ‘마침내’ 앨범을 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칠까봐 오래 걸렸어요. 이제는 ‘황태자’라는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고 평범한 음악가 임형주의 매력을 보여드리려고요.”
임형주는 음악 외에도 ‘글쓰기’ ‘봉사활동’ 등 관심 분야가 많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다. 에세이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공감의기쁨)를 집필했고 기명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또 공연 수익금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사랑의 열매, 월드비전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꾸준히 돕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2010년에는 ‘유엔 평화메달’을 수상한 첫 한국인이 됐다.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해요. 또 주는 게 더 큰 행복임을 깨달았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요.”
카네기홀에서의 첫 공연 후 1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임형주, 그는 앞으로 어떤 10년을 기대하고 있을까.
“어릴 때는 많은 ‘최연소 기록’에 제 이름을 새기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행복’을 생각할 틈이 없어지더라고요. 요즘은 즐겁게 음악을 하려고 해요. 무대에 서는 순간을 즐기고, 행복을 만끽하고 싶어요. 임형주의 ‘힐링캠프’가 시작됐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 방지영 동아닷컴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