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권법’ 하차 이면에 CJ 입김 의혹

입력 2014-04-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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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가 영화 ‘권법’에서 일방적 하차 통보를 받은 가운데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대한비판적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동아닷컴DB

■ 일방적 출연 계약 파기 후폭풍

투자배급사 CJ에 영화계 따가운 시선
제작사 주연배우 결정권 실효성 잃어
中 진출 의욕에 애꿎은 희생양 가능성


연기자 여진구가 영화 ‘권법’ 주연 자리에서 하차당한 뒤 이 작품을 진두지휘해 온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CJ)를 향한 영화계의 따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CJ는 현재 시장 지위를 남용해 협력업체와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는 상황. 이런 가운데 자사가 전략적으로 투자한 영화의 주인공을 상대로 ‘일방적 계약 파기’를 감행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월 말 ‘권법’ 출연 계약을 맺은 여진구는 10일 제작진으로부터 돌연 하차 통보를 받았다. 심지어 하차 통보 전부터 김수현 등 다른 스타 배우들이 ‘권법’ 주인공으로 거론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했다. 이미 주연 계약을 마친 영화 주인공 자리가 다른 배우에게 돌아간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그 과정이 드러난 건 이례적인 경우다.

한때 여진구와 제작사는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공방을 벌이기도 했지만 영화계에서는 “양측 모두 약자”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제 막 주연영화 한 편을 소화한 고교생 연기자나, 투자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작사의 결정권은 약하다는 지적이다. 주연 배우 결정은 제작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최근에는 이런 룰이 무너진 지 오래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말한다.

상대적으로 힘이 세진 건 투자배급사다. 실제로 CJ는 ‘권법’ 캐스팅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가 ‘권법’에 욕심을 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권법’은 제작비 225억 중 약 30%를 중국에서 맡는 최대 규모의 한중 합작영화인데다 최근 현지 영화시장 진출을 전략적으로 추진해 온 CJ가 의욕적으로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이번 논란을 단순히 ‘제작사와 배우의 갈등’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권법’은 국내에서는 처음 기획된 SF와 판타지를 결합한 장르다. ‘웰컴 투 동막골’로 흥행을 이룬 박광현 감독이 10년 가까이 준비해온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도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 엉뚱한 상황으로 이어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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