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 첫방] 장혁처럼 매끈하고, 장나라처럼 아기자기한 로코물의 등장

입력 2014-07-0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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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조진국, 연출 이동윤)가 로맨틱과 코미디를 적절히 배분한 황금 비율의 연출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냈다.

2일 방송된 '운명처럼 널 사랑해' 1회는 우선 구구절절한 캐릭터 설명을 완전히 생략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이건(장혁)과 김미영(장나라)의 성격을 완전히 이해시켰다.

먼저 이건은 장인화학의 CEO로서 거침없는 성격을 가진 인물로 장혁 특유의 중저음 속에서 나오는 독특한 웃음소리와 과장된 표정 연기로 표현돼 처음부터 클라라와 함께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김미영 역의 장나라는 이 드라마가 공략하고자 한 대상인 평범한 30대 직장인 여성으로 분해 장나라 전공의 다소 맹한 듯, 억울한 듯한 모습을 부담없이 표현했다.

이날 제작진은 재벌남과 평범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진부한 소재를 의식한 듯 곳곳에 만화 같은 설정을 삽입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1회를 만들었다.

이건의 약혼반지가 개들의 발에 치어 끝내 맹견의 밥그릇 앞에 떨어진다는 부분이나 이건에게 마시게 만들려고 했던 약을 탄 물병이 흐르고 흘러 김미영이 마시게 되는 부분은 분명히 작위적이었지만 이미 시작부터 만화 속 캐릭터와 비슷한 생명력을 얻은 장혁과 장나라이기에 어색하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1회는 원활한 전개를 위해 당연히 2회를 위한 밑밥이어야 했다. 다른 로맨틱 코미디물이 점차 진도를 나가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하는 것과 달리 이 드라마가 임신에서부터 시작되는 만큼 1회에 이건과 김미영이 운명의 상대임을 보여주는 각종 장치들을 우겨넣어야 했던 것.

그래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에이~'소리를 나오게 하는 장면들을 계속이었다. 그럼에도 불편함 없이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장혁과 장나라의 공로다.

이들은 이미 12년 전에도 '명랑소녀 성공기'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구도에 장혁과 장나라가 보여준 호흡은 전혀 '명랑소녀 성공기'를 떠오르게 하지 않았고 한 명은 액션만화 속 남자 주인공 같고, 한 명은 소녀만화의 여주인공 같은 인상을 주며 이 작품의 판타지성을 더욱 배가 시켰다.

이런 순탄한 출발을 보여준 '운명처럼 널 사랑해'지만 아직 대망의 2회가 남았다. 이건과 김미영이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는 극적인 부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것이다.

이 작품에게도, 시청자에게도 분기점은 이건과 김미영의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이 될 것이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던 1회만큼 2회의 하룻밤도 그렇게 그려낼 수 있을까.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1회만 보면 드라마에서 맹활약한 주연배우를 닮았다. 과연 이 작품은 앞으로도 장혁의 식스팩처럼 매끈하고, 장나라의 이목구비처럼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로 남을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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