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는 형제’ 김성균 “배우, 연기에 ‘신내림’ 받은 사람들 아닐까”

입력 2014-11-08 10:5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김성균은 “한동안 ‘삼천포’로 불리다 다시 ‘범죄와의 전쟁’으로 돌아왔어요. 저 어쩌죠?”라며 웃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김성균에 얽힌 기자만의 일화가 있다. 영화 ‘이웃사람’ 당시 배우 김새론과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 계단을 내려오던 중 김성균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극중 살벌한 살인마로 분했던 김성균 역시 인터뷰를 하려고 오던 상황. 눈을 마주치며 서로 인사를 하던 와중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등 다소 강렬했던 역할을 많이 맡았던 터라 “안..안녕하세요”라고 곁눈질을 하며 인사를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그 이야기를 전했다.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고. 이에 김성균은 호탕하게 웃더니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아시면서…”라고 답했다. 정말 그 사이에 김성균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국민의 대폭적인 사랑을 받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후 그는 섬뜩한 눈빛의 소유자가 아닌 순진무구 눈빛의 소유자가 됐다. 심지어 ‘포블리(삼천포+러블리)’, ‘요정’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미간의 주름을 펴고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연기를 하니 그에게 향하는 시나리오의 성격도 밝아졌다. 그 첫 번째는 ‘우리는 형제입니다’(감독 장진)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헤어져야 했던 형제가 30년 만에 만나는 도중에 잃어버린 치매환자 어머니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를 그린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김성균은 박수무당이자 동생 하연 역을 맡았다. 미국에서 목사 일을 하고 있는 상연(조진웅)을 향해 “하나님 아버지 좀 그만 찾으소!” 라며 이래저래 핀잔을 주는 동생이지만 누구보다 형을 생각하는 속 깊은 동생이다.

“솔직히 그동안 악역을 하면서, 참 정신이 피폐해지더라고요. 스릴러, 액션, 공포물은 이야기도 그렇고 나누는 주제도 인간의 탐욕 등 어두우니까 그런 역할을 연기하려니 마음이 참 어려웠어요. 생각도 뿌옇게 흐려지고. 그래서 상쾌한 마음으로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보편적인 가족에 대한 사랑과 명확한 이야기가 있어서 참 좋았어요. 저도 스트레스 안 받고 골머리 안 썩고 재미있게 찍었죠.”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수무당 역할이다. 개량한복을 입고 “아이고~삶이 힘들었구나. 곧 귀인이 나타난다~”라며 무속인의 특유의 발성을 내뱉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박수무당이다. ‘굿 전문’ 무속인을 연기하기 위해 김성균은 점집을 가거나 굿판이 벌어지는 곳을 찾아가 무속인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연구했다. 그는 “무속인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무속인들은 연기자들과 비슷한 사람들 같아요. 사람들을 신명 나게 위로해주고 달래잖아요. 우리 역시 연기를 하며 관객들과 함께 웃고 우는데 그 속에서 위로도 받고 한바탕 즐기니까요. 배우들 역시 연기에 대해 ‘신내림’ 받은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하하.”

배우 김성균.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극중 김성균이 ‘신내림’을 받았다면 그와 호흡을 맞춘 조진웅은 ‘목사 안수’를 받았다. N극과 S극처럼 서로 마주할 수 없는 직업이지만 뗄래야 뗄 수 없는 피붙이다. 그러기에 더 웃기고 감동적인 형제애를 그려냈다. 김성균과 조진웅은 벌써 5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군도 : 민란의 시대’ ‘우리는 형제입니다’, 그리고 내년에 개봉할 ‘허삼관’까지, 어쩌면 아내보다 더 자주 만났을 이들이다. 더욱이, 조진웅은 김성균이 ‘응답하라 1994’를 할 수 있게끔 용기를 준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전 형이 없는데 진웅이 형이 생기니까 더 없이 좋아요. 참 잘 맞아요. 하하. 만약에, 진웅 형이 친형이었다면 든든했을 거에요. 사회 경험도 시켜줄 것 같고 형한테 술도 배웠을 것 같고요. 우리 둘이 참 잘 맞아요. 진웅이 형은 ‘상남자’예요. 대범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고 저는 약간 소소하고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죽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형, 진짜 좋아요. 하하.”

형제애를 말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우리가 잊고 있던 부모, 형제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깨닫는다. 연기한 배우도 마찬가지다. 남동생과 여동생을 두고 있는 김성균은 영화를 찍으며 어렸을 적 함께 놀았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유난히 남동생을 많이 때렸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다. 그런데 그거 아나. 내가 때리는 건 괜찮은데 동생이 어디서 맞고 오는 건 못 참았다. 내 형 뻘이 그랬든 아니든 동생이 맞고 오면 한 대 패주곤 했다”고 말했다.

“동생들한테도 미안하지만 부모님께 참 죄송하죠. 아들 자식이 속내는 안 그런데, 왜 늘 투정만 하고 속만 썩히는지. 제일 마음 편한 ‘부모님’이라 그러는 것도 있지만 제일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 영화 찍는 내내 정말 죄송했어요. 이젠 부모님께 애교도 떨면서 살아보려고요.”

김성균의 스크린 전성기는 계속된다. 내년에는 ‘살인 의뢰’, ‘명탐점 홍길동’, ‘허삼관 매혈기’, ‘여름에 내리는 눈’이 기다리고 있다. 적어도 넉 달에 한 번씩은 그를 만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성균은 “사실 계획했던 것보다 좋은 일들이 빨리 찾아와 정신이 혼미하다. 그래서 일찍 고민하게 되는 것들도 생겼는데 기왕에 고민할 거면 빨리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늘 큰 사랑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관객들에게 실망시키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고요. 숭늉 먹다 보면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고, 자극적인 음식 먹다 보면 숭늉이 생각나는 것처럼, 자극적이고 담백한 역할들을 골고루 해봤으면 좋겠어요. 절대 질리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네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