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안에 1000만 흥행 공식 있다

입력 2015-01-1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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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영화 ‘명량’의 최민식·영화 ‘변호인’의 송강호·영화 ‘7번방의 선물’ 류승룡(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JK필름·빅스톤픽쳐스·화인웍스·위더스필름

■ 통계 분석으로 본 1000만 영화

① 여름·겨울 방학시즌 노린 개봉전략
② 입소문 타고 관객증가 ‘눈덩이 효과’
③ 비슷한 시기 경쟁작과 쌍끌이 흥행
④ 청소년관람 등급으로 눈물샘 자극


‘1000만 흥행 공식’, ‘국제시장’ 안에 다 있다.

영화 ‘국제시장’(제작 JK필름)이 누적 관객 1000만 관객에 다다랐다. 국내 개봉작으로는 14번째, 한국영화로는 역대 11번째이다. 특히 연출자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에 이어 두 번째로, 사상 첫 연속 두 작품의 ‘1000만 클럽 가입’ 영광을 안게 됐다.

‘국제시장’은 3년째 1억 관객이 몰린 영화시장의 팽창 분위기 속에 더욱 공고해진 ‘1000만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예상대로’ 그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앞선 10편의 1000만 영화의 공통점을 분석해 내놓은 연구보고서 ‘통계 분석으로 본 천만 영화’를 토대로, ‘국제시장’에 담긴 ‘1000만 흥행 공식’을 따라간다.


● 7∼8·12∼1…‘명절’보다 ‘방학’


1000만 관객 흥행을 결정짓는 핵심은 개봉 시기다. 각 배급사가 1∼2년 단위로 세밀하게 개봉 계획을 세우는 일은 ‘전략 중 전략’으로 통한다.

통상 명절과 방학 시즌은 영화계 ‘대목’으로 꼽히지만 그 중에서도 1000만 관객 영화는 대부분 7∼8월(여름방학)과 12월∼1월(겨울방학)에 집중됐다. 명절 연휴에 맞춘 영화는 2004년 2월 ‘태극기 휘날리며’와 2012년 9월 ‘광해, 왕이 된 남자’ 두 편 뿐이다.

대개 제작비 규모 100억원 이상의 대작이어서 수익을 위해 극장 시장이 가장 큰 각급 학교의 방학 시기를 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극장을 찾은 관객은 3217만명으로, 이때 ‘명량’은 역대 최고 흥행 기록(1760만)을 세웠다.

‘국제시장’ 역시 지난해 12월17일 개봉했다. 겨울방학을 앞둔 시점이거나 이르면 일부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시기였다.


● ‘눈덩이 효과’…1주차보다 2주차 관객수가 관건


개봉 둘째 주에 접어든 영화의 관객수를 보면 1000만 관객 흥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11편 모두 첫 주보다 둘째 주 관객이 더 많았다. 관객 하락폭인 ‘드롭율’의 높낮이에 따라 1000만 성패가 갈리는 셈이다.

‘국제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상영 첫 주인 지난해 12월19일∼12월21일 113만8708명을 모았지만 둘째 주인 12월26일∼12월28일에는 142만5649명으로 관객이 늘었다. 셋째 주엔 더 증가해 165만5477명을 모아 누적 관객 500만을 넘어섰다.

영화계는 이를 ‘눈덩이 효과’라고 표현한다. 영화에 대한 관객의 만족도와 그로부터 퍼지는 입소문이 없다면 불가능한 기록이라는 뜻이다.


● 쌍끌이…1000만 영화 옆엔 또 다른 흥행작


1000만 영화 11편 가운데 8편은 막강한 경쟁작과 겨뤘다. 비슷한 시기 개봉해 동시에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은 이른바 ‘쌍끌이 흥행’을 이뤘다는 뜻이다.

지난해 ‘명량’에는 ‘해적:바다로 간 산적’(866만)이란 경쟁작이 있었다. 2003년 처음 1000만 관객을 모았던 ‘실미도’ 역시 같은 시기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596만)과 접전을 펼치며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국제시장’도 마찬가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67만)가 뜻하지 않은 ‘흥행 복병’이 되어 시장 규모를 더 키워준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공통점은 더 있다. 1000만 영화들은 그보다 일주일 앞서 개봉한 영화로부터 상당한 ‘반사이익’을 거둔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7월 ‘군도:민란의 시대’는 개봉 일주일 만에 360만명을 흡수했고 그렇게 커진 시장 규모는 고스란히 다음주 공개된 ‘명량’으로 이어졌다. 2012년 ‘도둑들’ 역시 한 주 앞서 개봉한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첫 주 245만명을 불러 모은 열풍에 힘입어 그 수혜(?)를 누렸다.


● 눈물…’감동 코드’를 잡아라

1000만 영화 가운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없다. 그만큼 전 연령대가 공감하는 ‘보편타당한’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가족 소재나 휴머니즘으로만 버무린 건 아니다. ‘국제시장’은 현대사에 접근한 방식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를 그린 ‘변호인’은 정치 성향에 따라 찬반 양론에 휩싸였다.

이 같은 소재와 장르, 표현 방식의 차이에도 1000만 영화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눈물’이다. 오락영화 ‘도둑들’과 ‘괴물’을 제외한 9편 모두 눈물샘을 자극했다. 심지어 SF장르로는 드물게 1000만 관객몰이에 성공한 ‘인터스텔라’도 ‘눈물 코드’로 선호도를 높였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향해 누구나 가진 감정을 눈물 섞인 신파로 그려내면서 그 안에서도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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