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담 “단편·독립영화 15편 연극 4편…배우 꿈 위해 악착같이 달렸죠”

입력 2015-06-2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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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로 주목받는 신예 박소담. 선배 배우 문소리를 지목하며 “그처럼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로 주목받는 신예 박소담. 선배 배우 문소리를 지목하며 “그처럼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연덕 역 맡은 박소담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 ‘그리스’ 보고 배우 꿈
“20대 여자 연기자 등장하는 모든 영화 오디션
아픔 간직한 연덕 역, 잘 만들어내고 싶었다”


“욕심이 났어요.”

연기자 박소담(24)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장편영화의 주연으로서 첫 기회를 맞으며 “잘 표현한다면 영화가 더 풍부해질 거라 여겼다”고 했다. 자신감과 에너지를 지녔다. 각오는 단지 ‘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상영 중인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경성학교, 제작 청년필름)은 박소담의 참여에도 힘을 얻어 이야기가 한층 견고해진 영화다.

뿐만 아니다. 박소담의 최근 1∼2년간 출연작은 그 간단치 않은 실력과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8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비롯해 하반기에는 이준익 감독의 ‘사도’로 관객을 찾는다. 최근에는 김윤석·강동원과 함께 ‘검은 사제들’ 촬영을 마쳤다. ‘기대주’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20대 여자 연기자가 등장하는 모든 영화의 오디션을 봤다. 하하! 그 가운데 운 좋게 몇 편의 영화에 뽑혔다.”

물론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지난해 출연한 ‘마담뺑덕’에서는 소위 ‘통편집’을 당해 모습을 확인할 수조차 없었고, ‘상의원’에서도 스치듯 나오는 단역에 불과했다. ‘경성학교’와 ‘검은 사제들’을 제외하면 모두 단역과 조연이다. 행운이 거저 주어졌다기보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기회를 잡은 쪽에 가깝다.



박소담은 고교 1학년 때 밴드의 보컬을 맡았다. 마침 뮤지컬 ‘그리스’를 봤고, 20대 청춘의 열렬한 사랑과 에너지를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다. 아빠 모르게 엄마가 지원해준 학원비를 받아 연기학원을 다녔다. 연기를 정말 원했고 그래서 악착같이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하기까지 4년 동안 그는 휴학 한 번 없이 학교 생활에 충실했다. 2학년 때부터 동료들이 만드는 영화에 참여했고 그렇게 15편의 단편·독립영화에 출연했다. 4편의 연극도 무대에 올렸다.

“계속 달렸다. 동기 중 휴학 없이 졸업한 사람은 나뿐이다. 21살에 증명사진 한 장으로 독립영화에 캐스팅됐다. 그때만 해도 눈 크고 이목구비 뚜렷한 배우들만 카메라 앞에 서는 줄 알았다. 나 같은 외모는 거의 없었으니까.”

학교에서 쌓은 경험은 졸업 후 영화 촬영현장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경성학교’를 봐도 그렇다. 1938년 기숙여학교가 배경인 영화는 하나 둘 사라지는 소녀와 그에 의문을 품은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 박소담이 연기한 우등생 연덕은 소녀들을 대표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비밀도 감추고 있다.

“실화는 아니지만 일제강점기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다. 상상 자체가 흥미로웠다. 연덕은 겉으로 강단 있어 보여도 속으로 아픔과 외로움이 있다. 연덕을 잘 만들어내고 싶었다.”

연출자 이해영 감독은 엄지원, 박보영과 더불어 박소담을 주연으로 과감하게 발탁했다. “감정 연기나 호흡이 다른 배우들과 다르다”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촬영 초반 박소담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오직 눈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린 탓에 감정을 놓쳐 몇 번씩 NG를 냈다.

“많이 헤맸다. 감독님이 나를 많이 기다려줬다. 그 믿음이 좋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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